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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Feb 07. 2022

각양각색의 코로나 철학

저마다 다른 세계 각국의 학생들

코로나에 대한 민감도는 학생마다, 나라마다, 정말 천차만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팬데믹 후 코로나에 대한 입장은 2020년 2월 이후 여러 단계를 거치고 차곡차곡 쌓여 지금에 이르렀을 텐데(여기에서의 지금은, 2022년 2월이다), 갑자기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불과 고향에서 몇 달 전 보았던 것과 지금 여기 한국의 풍경이 너무나 다르다면, 혼란스럽기보다는 지금의 풍경이 이상하게 보이는 게 먼저일 듯하다.


사실 내 가족 내에서도, 내가 일하는 일터에서도, 사람마다 정말 다른 코로나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학생들의 다름이 쉽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코로나 철학


어떤 학생은, 학교 내 한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만으로도 본인이 가서 검사를 받는다.

어떤 학생은, 같은 반에 확진자가 나왔어도 "꼭 나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거냐?"라고 되묻는다.

어떤 학생은, 꼭 오늘 받아야 하지도 않는데 추운 겨울 4시간을 기다려서 검사를 받고

어떤 학생은, 양성 나오면 격리 생활이 너무 힘들 테니 아파도 검사를 받지 않을 계획임을 밝힌다.


기승전 코로나 없는 세상


교실에서 그날 배워야 하는 한국어 문법을 배운 후, 우리는 자유롭게 문장을 만든다.

학생이 배운 문법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장을 만들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 코로나가 등장한 후 새롭게 생긴 습관 중 하나는, 기승전 코로나 지향의 문장 만들기.


올해 소원이 뭐예요?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어요.

( '-았/었으면 좋겠어요'를 가르치던 어느 날)

한국에 보니까 어땠어요?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정말 잘 쓰더라고요. (모두 다 합창 - "인정!")

( '-더라고요'를 가르치던 어느 날)

누가 알아요? 다음 달에 갑자기 코로나가 끝날지도 몰라요.

('-을지도 몰라요.'를 가르치던 어느 날)


언제 고향에 돌아갈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항상 아무것도 계획하기 어려운 학생들)

주말에 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넷플릭스만 봤어요

(우리의 금기 질문 - 지난 주말 이야기)


방역 수칙이 지난주 다르고 이번 주 다르고 다음 주 달라지고 있다.

뉴스를 자주 보지 않으면 학생들의 다양한 코로나 질문에 답하지도 못한다.


모두 다 지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컴퓨터 속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거리고 얼굴은 반갑다.

어서 빨리 학교에 가서, (마스크 때문에 눈밖에 못 보지만) 만나서 수업하고 싶다고. 한국어 공부가 정말 재미있다고. 안전하게 온라인으로 수업해서 참 좋다고. 오늘도 여러 가지 말을 들었다.


코로나에 대한 철학은 각기 제각각이지만 어쨌든 우리의 소원은, 코로나 종식. 코로나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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