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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Feb 12. 2022

한국어 교사들은 무엇에 대하여 쓸까

동료 교사들의 머릿속이 궁금한 어느 날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내가 쓰고픈 이야기는 크게 두 종류였다

하나는 시어머니에 대한 것 하나는 한국어 교사에 대한 것(그 외에 드라마라거나 음식이라거나 환경이라거나 나의 소소한 관심사들이 더 있기는 하다).  


시어머니에 대한 글은 인터넷에 차고 넘치게 많다. 시댁, 시어머니, 시누이, 시집 등... 연관 단어도 정말 많은데, 내가 느끼기에 그 글들은 진심으로 하나같이 다 새롭다. 통속적이면서 하나같이 술술 읽히고 하나같이 감정 이입이 되고, 하나같이.... 뭔가 읽기 싫어질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그중 시어머니에 대하여 쓰고 싶었다.


한국어 교사에 대한 글도 꽤 많다. 한국어 교수의 즐거움, 언어의 신비로움, (업계 종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언어 교수의 어려움, 오묘한 문화 차이로 발생하는 각종 에피소드 등등.

그리고... 한국어 교사의 처우에 대한 글.


나는 아직 베테랑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저 경력 강사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대개 직업인으로서의 어려움보다는 가르치면서 느끼는 즐거움에 대한 글감이 매우 많았다. 내가 얼마나 이 직업을 사랑하는지, 내가 얼마나 교실에서 즐거운지, 네이티브 스피커로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 나는 얼마나 뿌듯한지 그리고 얼마나 점점 더 뿌듯해지고 있는지 등. 할 말이 무궁무진했다. 다만 나의 부족한 글쓰기 능력이, 읽는 이로 하여금 무언갈 곡해하게 하거나 지루하게 만들진 않을까 그런 것들이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한국어 교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한국어 교사에 대한 글을 쓰기는 좀 어렵다. 이번 달에 나는 학교와 (기간제 근로자로1년) 재계약을 한다. 우리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교수가 아니고, 각 반의 담임으로서 행정 업무도 하지만 교직원은 아니다.


솔직히, 팬데믹 와중에 직업을 잃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3개월 간의 무급휴직을 한 차례 겪었지만, 이렇게 꾸준히 강의를 하게 해 준 학교에 진심으로 매우 감사함을 느낀다. 온라인 수업을 할 때도, (빈번한 손소독제 사용으로 손이 터 가며) 오프라인 수업을 할 때도, 가르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안다. 한국어 교사들의 경우 외국인을 가르치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라 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직업을 잃었다, 다시 찾았다를 반복했다 들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런 것을(권리를, 부당함을, 열악한 근로환경을) 논할 때가 아님을 잘 아니까, 이렇게 계속 받아들이고 외면해 버린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발전할 수 있을까. 

분위기 파악도 했고,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지만, 그것이 불합리함을 받아들이겠다는 건 아니었다.

우리 모두 당당하면 안 되는 걸까.


요즘 나는, 당당할 권리에 대해 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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