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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Feb 17. 2022

외국인 학생 말투 123

한국어 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말투가 존재한다. 그들의 말은 본인의 성격, 고향의 문화, 무엇보다 모국어의 특성이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렇게 고유한 말투로 완성된다.

코로나 시대 덕분에 학생과 텍스트 소통을 많이 하게 됐고, 그 덕분에 같은 급의 학생들에게도 말투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극존칭형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숙제가 있으십니까?"

보통 예의 바른 성정을 가진 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말투가 완성된다.


2. (과다) 친근형


"숙제 늦어서 미안해!^^"

반말이 기본형이라고 생각한다. 귀엽지만 그래도 좀...


3. 구글 번역형


"10분이 될 것이다. 택시에서 오고 있는데 교통량이 많다."

이상하게 말은 통한다.


4. 한국 친구 찬스형


"선생님, 일찍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학교에 못 갔어요."

아주 자연스럽다. 한국 친구가 타이핑해주고, 복사하기+붙여 넣기로 완성된다.


이외에도 아무 말 대잔치형, 문법 파괴형, 언어 혼합형 등 말투 분류는 MBTI 만큼이나 다채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 확실한 건, 어떤 말투에 속하건 학생들이 정말 귀엽다.

한국어를 배우는 초급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치 초등학생을 보는 것처럼 마냥 귀엽다(내가 있는 곳의 학생들이 대부분 20대 초중반인 것과, 나의 나이가 이제 꽤 많다는 게 이런 감정에 영향을 미친 것도 같다).


내가 처음 한국어를 가르칠 때 기관장님이 신입 강사들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해서 학생들을 어린이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아마 학생들을 너무 마냥 귀엽게만 보다가, '제대로' 가르치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될까 봐, 기본적인 것을 놓치거나 실수할까 봐, 성인에 대한 예의를 하지 않을까 봐, 염려하셨던 것 같다.

맞는 말이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에 취해, 본연의 목적에 소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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