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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Feb 19. 2022

학생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3년 전에

다이소 표 인덱스

이건.. 교실에서 무엇이든 주고받을 수 있었던 때.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는 요즘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물건을 주고받아서는 안된다. 부득이 시험지라거나 종이로 된 무언가를 주고받아야 할 때에는 서로 손소독제를 '보이게' 사용하고 있고, 또는 일회용 장갑을 끼기도 한다. 물이나 커피를 마시는 것도 물론 안된다. 교사도 학생도 물을 마셔야 하는 상황에서는 잠시 복도로 나가서 마시고 들어오는 게 규칙이다.


교실에 들어가면 교탁 위에 자판기 편의점 캔커피가 놓여 있던 시절, 군고구마를 정말 좋아한다는 내 말을 기억하고 아침 9시에 편의점에서 산 군고구마를 교탁 위에 놓아주었을 때는 참말 너무나 고마워 울고 싶었다. 나 또한 가끔 신박한 젤리가 나오면, bts 비타민이 나오면, 추석에 받은 한과가 예쁘게 소포장된 게 집에 쌓이면, 열개 스무 개씩 챙겨 와 학생들에게 주며 그날의 수업 아이스브레이킹 했던 때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예전의 우리는 학생의 숙제 또한 '실물로' 걷어서 채점해 줬다. 워크북도, 유인물도, 직접 손으로 걷어가 채점해 줬는데, 이때 내 장비는 지워지는 볼펜과 인덱스 플래그였다. 학생들이 본인이 틀린 곳만 찾아보기 편하게 색색의 인덱스 플래그를 애용했고, 그래서 내가 돌려주는 숙제는 항상 컬러풀하고 오색찬란했다. 학생들은 본인이 틀린 곳을 계속 볼 수 있게 한번 붙인 인덱스는 한 학기 내내 그대로 두었고, 학기 마지막쯤에는 워크북이 마치 고시 공부하는 학생처럼 인덱스가 잔뜩 붙게 된다. 

그 겨울도 그랬다. 우리가 마스크를 몸의 일부처럼 착용하기 전 마지막 겨울이었다. 어느 날 나에게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인덱스 너무 많이 필요해요.
돈이 너무 많아요


아마도 내가 본인들 숙제 검사를 해 주기 위해 내 '예쁜' 인덱스를 너무 많이 쓰는 게 미안하다는 소리였던 것 같다. 후후후. 너무 웃겼지만,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하고 뒤돌아 섰다. 

그런데 다음날 학생이 색색의 인덱스를 내밀며 선물이라고 했다. 깜짝 놀라며 받기를 망설이자, 싼 거라고, 다이소에서 샀다고, 마치 아이가 어른을 흉내 내는 것처럼 온몸으로 쿨함을 보여주며 '넣어 두라고' 했다(물론 바디 랭귀지로).


너무 좋아서, 그날 남편에게 아이에게 친구들에게 계속 계속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인덱스가 아직도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다. 신기한 게 있으면 서로 만져 보고 깔깔 웃고, 귤 하나쯤은 주고받아도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때. 그때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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