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 심혜경
책을 향한 나의 터무니없고도 열광적인 사랑이 언제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가끔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하지만 많은 독서가가 그러하듯, 책을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언제나 책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어떤 책을 읽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문자로 된 온갖 것들을 산만하게 읽어대다 보니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외에 처음으로 읽은 책의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 상황이다.
누군가 나에게 "넌 국어 교과서를 읽고 스탕달 신드롬stendhal syndrome(뛰어난 미술품이나 예술 작품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 증상)을 겪었어"라고 해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166쪽 12.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中)
"OO야, 너는 지금 당장 인생이 끝난다면, 네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게 뭐니? "
"독서요."
하지만 나는 욕심이 많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이러고 산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를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나이에 도달한 지금은 내 앞에 굴러오는 모든 것들을 아무런 제약 없이 골라잡을 수 있어 행복하다. 경쟁과 무관한 욕망을 가져도 괜찮으니까. 물론 나 역시 돈 들여 배우는 공부보다는 배워서 돈이 되는 공부가 좋다. 설마 돈을 벌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럴 리가!
(책 190쪽. 맺음말, 하루하루는 되는 대로, 인생은 성실하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