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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Mar 16. 2022

새 학기 첫날, 항상 꾸는 꿈이란

한국어 교사의 악몽

#1. 수업에 늦을 것 같다. 

이번 학기 첫 수업은 연구실이 있는 건물과 다른 건물이다. 물론 대학이니까, 캠퍼스는 넓고 건물과 건물 사이는 때론 차를 타고 가야 할 정도로 멀다. 요즘 대학생들이 애용하는 그 초록색 전동 킥보드가 타고 싶다. 바로 저기 건물이 보이는데, 아무리 돌고 돌아도 입구를 찾을 수 없다. 멀리서 내가 수업할 건물을 바라보며 계속 뛰는데, 입구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꿈인 것도 안다. 뛰면서 깨닫는다. 이건 꿈이구나.


#2. 교실이 어딘지 모르겠다. 

9시 첫 수업을 하는 교실이 어딘지 모르겠다. 대학 강의실이기 때문에 중학교나 고등학교처럼 교실 앞에 몇 학년 몇 반이 쓰여 있지 않다. 출석부를 챙기며 강의실 배정표를 챙겼어야 하는데, 다시 연구실에 갔다 오기에는 시간이 늦었다.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라 10층 계단을 뛰어 올라가며 생각한다. '아... 어떡하지.' 사실, 핸드폰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보면 된다. 그런데 사실, 꿈에서는 그런 게 생각나지 않는다.




어학당의 수업은 1년 4학기로 구성된다. 3개월마다 모든 게 바뀐다. 1년에 새 학기가 4번이다. 그때마다 이런 꿈을 꾼다. 동료 강사들에게 물으니 다들 저마다의 새 학기 단골 등장 꿈이 있다. 교과서를 못 찾겠다거나 지각 임박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거나... 교구를 어딘가에 놓고 왔다거나, 그런 꿈들을 꾼다고 한다.

내 아이만 신학기에 배가 아픈 게 아니다. 교사도 어떠한 종류든 어떠한 형태로든 긴장감을 느낀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대면과 비대면 수업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학생도, 교사도) 이제 단련이 되어 갑자기 내일 온라인으로 수업이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줌 주소만 보내면 다들 알아서 척척 들어오고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만 있으면(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휴대폰만 있으면) 수업에 참여가 가능하다. 첫 온라인 수업 때를 생각하면 꿈만 같다. 웹캠을 사고 이어폰을 사고 펜마우스를 사고, 사고 사고 또 사고.... 모니터링하고 하고 또 하고... 그러했는데, 이제 우리는 참 유연해졌다.


요즘만큼 내 컨디션에 민감한 적이 없다. 목을 사용하는 직업이니까 상시 목이 안 좋고 기침을 하는 교사들이 수두룩했는데, 그것도 옛날 말이 되었다. 언젠가 용각산을 책상 위에 두었더니, 젊은 선생님이 이게 뭐냐고 물어서 용각산을 아는 세대들이 크게 웃으며 놀란 적이 있다(맞다, 나는 슬프지만 용각산을 아는 세대다). 학생이 몸이 안 좋으면 본인 한 명 결석으로 끝나지만, 교사가 몸이 안 좋아서 출근을 못 하면 그러면 학교에서는 대강을 구해야 한다. 일이 커진다. 내일 아침 일어났는데 목이 아프면 어떡하지, 머리가 아프면 어떡하지, 오미크론 증상 순서를 매일 검색한다. 빨리, 이제 좀, 코로나가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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