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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Mar 27. 2022

나는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기에

아직은 인류의 희망

2022년 3월 27일 현재, 나는 아직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친구 셋이 만났을 때 아직 코로나에 안 걸린 한 명이 있다면 그를 '인류의 희망'이라고 부른다던데, 아직 나는 인류의 희망이다.


2022년 3월 27일 현재, 전 국민 5명 중 1명이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변 지인들, 친척들, 친구들 상당 수가 전 가족 확진을 전해 오고 있다. 오랜만에 오는 연락의 대부분은 "아직 괜찮니?" "코로나 안 걸렸지?"이고, 나는 "아직요"라고 답한다.


어머님을 뵌 지 3개월 됐다.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을 못 본 건 실로 오랜만이다. 우리는 자식이 여럿이고 어머님 곁에는 매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출근하는 사촌 시누이(겸 요양보호사)가 있기에, 사실 막내며느리인 내가 장기간 방문하지 않아도 크게 빈자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종종 걸려 오는 어머님의 전화에(잘 지내니 오지 말라는) 내가 장기간 방문하지 않고 있구나, 깨달을 따름이다.


사실 나는 요즘 어머님의 존재를 외면 중이다. 우리 가족은 아직 아무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고, 어머니는 올해로 90세가 되신 천식 환자이기 때문이다.


연일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가 400명 안팎을 경신 중이다.

우리도 어머니도 3차까지 백신을 맞았으니 괜찮을 거라며, 코로나에 그리 쉽게 걸리진 않을 거라며, 무덤덤히 지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상상 코로나에 시달리는 중이고, 무증상 감염자가 돼 어머니께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옮기게 되지는 않을까, 어머니를 뵙고 온 다음 날 갑자기 목이 아프거나 콧물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걸 어쩌나. 코로나 포비아가 극에 달해 있다.


1년 반 전 추석에, 코로나 후 맞이한 첫 명절에, 화장실 다녀오시다가 넘어진 어머니를 모시고 구급차를 탄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가 불운을 한번 데리고 간 경험이 있기에, 그냥 방문이 소원하고 무심한 막내가 되기를 택했다.


어머니의 시간이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늘 그렇듯이 조금 지루하지만 평온하게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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