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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Nov 02. 2023

잊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언론이 중요하다고,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유료로 구독하는 사람은 한 줌이다.
'좋은 기사'를 쓰면 반응하는 독자(시장)가 있다는 믿음은 기자에게도 없다.
언론도 문제지만 독자도 이 망가진 시스템의 일부라는 의미다.

<슬픔의 방문>, 장일호, 낮은산, 2022


지난주부터 줄곧, 장일호 기자님이 쓴 이 말이 기억이 났다. 우리가 나쁜 기자, 나쁜 뉴스들을 탓하며 그 집단에 대한 신뢰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좋은 독자에 대한 믿음은 기자들에게도 없단다. 

독자로서 부끄러웠다. 선생님께 꾸짖음을 당한 기분이었다.

책을 읽고 뉴스를 보고 기사를 찾아보는 것은, 내가 하는 고작 그러한 일들은 얼마나, 수동적인 일인가.


10월 29일이 오고 있어서, 문득문득 생각이 났다. 그리고 슬펐다. 가을이 너무 예쁘고 찬란해서.

너무 미안하고, 그리고 이렇게 그 슬픔과 미안함에 대해 말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나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면, 그건 내 인생을 위한 것일 뿐이지 않나. 그러므로, 그래서, 그게 뭐.


기사를 찾아 읽고, 어딘가에 서명을 하고,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고, 그런 일들을 했지만 어딘가에 가서 말하기도 부끄럽다. 어떡해야 지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중년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자란 20세기는 지금에 비하면 야만의 시대였지만
무언가 좋아진다는 느낌이,
우리가 세상을 바꾸어간다는 믿음이 있었다.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단요, 사계절,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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