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머니께 간다고 전화를 드리지 않았는데, 면회 예약이 잡히면 병원 간호사가 미리 말을 해주나? 심지어 예약 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이게 무슨 뜻일까.
지난주 토요일 11시에도 너희가 오기를 바랬어. 이번 주 토요일에도 11시에 오기를 바랬어. 그런데 왜 이제 왔어어. 그래, 잘 왔어.
토요일이면 누군가 보러 오기를 바랐다는 말이구나. 옆침대 할머니도 가족이 오고, 옆 병실 할머니도 가족이 오고, 그런데 왜 나만 아무도 안 오냐고 투정이나 원망하실 수도 있는데.
"너희가 오기를 바랬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얼마나 진심이 보이는 표현인지.
우리 가족들은 보통 평일에 어머니를 뵈러 많이 간다. 자영업을 하시는 아주버님은 특히 길 막히는 주말보다는 평일에 자주 가시고, 직장에 다니는 시누이도 연차 사용이 자유로워서인지 평일에 자주 간다. 연차 사용이 어려운 남편과 나만, 어쩔 수 없이 토요일 오전에 간다. 12시 전에 도착하려면 토요일 새벽부터 아침도 못 먹고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 아이를 데려가려면 더 분주하다.
예전의 어머니라면 힘드니까 오지 말라고 하셨을 텐데. 주말엔 너희도 집안일하고 쉬어야지 왜 오냐고 하셨을 텐데. 왜 이제 왔냐니. 주말이면 요양 병원 구석구석이 방문객들로 활기를 띄니, 들썩들썩 어머니 마음도 기대에 차나 보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양병원에 계신 부모님을 방문하면 어쨌든 마음이 안 좋다고 한다. 늙고 아픈 부모님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 데다가, 늙고 병들어 성정이 많이 변하신 부모님들께서는 자식들이 속상해할 만한 별의별 말을 다 하신다고 했다. 치매가 심해지신 경우나 대화 자체가 어려운 경우는 말할 것도 없을 거다. 그런데 내 시어머니께서는 그런 불편함을 주시는 경우가 없다. 다 좋다고 하시고, 다 괜찮다고 하신다. 오히려 이번 경우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더해지는 그런 말들을 더러하신다.
어머니는 이런 말들을 대체, 어디서 배우신 걸까. 다음에는 또 어떤 말들을 내게 들려주실까. 생각해 보면 언제부턴가, 나는 80노모의 말이 듣고 싶고 80노모의 칭찬이 듣고 싶어서 어머니에게 갔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듣고 싶고 어머니의 옛날 일들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들리지도 않고 나누기도 힘든 말들을 주고 받았다. 그래서 내가, 쓰게 됐나 보다. 어머니 이야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