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책 출간이 임박했다.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책이 나올 것 같다.
지난주에 어머니의 아흔한 번째 생신 파티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가족들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작가가 되고 싶었고, 오랫동안 글을 썼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고 운이 좋아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 달 안에 책이 나올 테니 그때 또 소식을 전하겠다고. 깜짝 놀란 가족들은 앞다투어 많은 질문을 했다. 장르가 뭔지, 얼마나 오랫동안 썼는지, 책 한 권이 나오려면 얼마의 분량을 써야 하는지, 바쁠 텐데 글은 또 언제 썼는지.
나랑 열 살 차이밖에 안 나서 동생처럼 지내는 조카가 물었다.
"숙모, 우리들 이야기도 나와요?"
내 이야기지만 스포 하고 싶지 않아,
"나오면 봐."
내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대답하니, 가족들 모두 으아 으아 웃었다.
다들 이 신선한 소식을 듣고 각양각색 반응이었는데, 멀리 앉아 계셨던 아주버님(시누이의 남편)께서 바로 연달아 물으셨다.
"도현 엄마, 내 이야기도 나옵니까?"
웃으라고 하는 얘긴 줄 아니까, 나는 헤헤 웃으며
"거기까지는... 좀 어려웠어요."
남편이 바로 말을 받아,
"우리가 가족이 좀 많잖아요, 매형." 하니까 하하 다들 또 웃었다.
어제 저자 검토용 pdf 문서를 받았는데, 책 중간에 어머니 얼굴이 있었다. 언젠가 책이 나오면 어머니의 얼굴을 본문에 실어 드리고 싶다고 썼었는데, 편집자께서 내 소원을 이렇게 이뤄주셨다.
츤데레 스타일, 내 첫 편집자님, 감사합니다.
단골 동네 책방 대표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차곡차곡 써서, 책으로 만들다니 참 대단하다고. 신랑이 정말 고마워하겠다고. 큰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책 내용의 90%가 어머니와 나의 이야기이지만, 아무래도 가족들의 이야기가 들어간다. 책을 펼쳐보고 '이건 내 이야기구나' 싶을 구절이 몇몇 있다. 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가족들의 이야기로 내 사심을 채웠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싶은 내 사심.
책이 곧 나온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맞은편에 앉은 큰 시누이께서 책이 몇 페이지나 되냐고 물으셨다. 꼭 읽어보겠다고 하시면서, 얼마 전에는 이어령 작가님의 마지막 책을 읽었다고도 하셨다.
큰 시누이는 농부다. 겨울이라 농한기여서 건강검진을 하러 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병원에서 읽으려고 이어령 님의 책을 갖고 들어가셨다고. 내 이야기를 읽고 어떤 마음이 드실까, 두근두근하기도 하고 콩닥콩닥하기도 한다.
예전에 예전에 한국어 초급을 가르칠 때, 학생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흔이 넘었지만 선생님의 꿈은 작가라고, 언젠가 작가가 꼭 될 거라고, 그리고 난 여러분의 이야기도 쓰고 있다고. 그때 환호해 준 학생들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학생들은 그때 분명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것처럼 열광했고 나를 지지해 줬다. 학생들은 앞다퉈 책이 나오면 자기 나라 말로는 자기가 번역할 테니 꼭 연락하라고 했고, 한 학생은 자기는 머리가 나빠서 번역은 못 하지만 여러 권 살 수 있으니 꼭 연락하라고 했고, 또 한 학생은 사인 받으러 꼭 오겠다고 했다.
책이 나온다고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많은 첫 책을 낸 작가님들이 말했다.
알지만, 첫 책이 출간 임박한 나의 마음은 요즘 아주 소란스럽고 흥미롭고 행복하다.
2024년의 첫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