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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Jan 12. 2024

첫 책 출간 임박 작가의, 가족들의 마음

아빠는 내가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 질문을 했다.


출판 기념회도 하냐?

아빠는 정치인들이 책 한 권 내고 출판 기념회 하고 뭐 그런 이미지를 상상하셨나 보다. 이후 내가 어쩌다가 어떤 책을 내게 됐는지 여러 가지 설명을 들으신 후에는 또 이런 질문을 하셨다.


몇 권 팔아주면 되냐?

언니와 나는 크게 소리 내서 웃었다. 아빠 재벌이냐고, 너무 웃긴다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2023년의 끝자락에 오랜만에 기대되는 뉴스 거리를 찾은 기분으로 이것저것 많은 말을 나눴다. 여러모로 2023년은 나에게 잊지 못할 해가 됐다.


언젠가 아빠 이야기도 쓸 테니, 기대하세요.
이렇게 재미있는 아빠 이야기를 내가 쓰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이미 아빠는 언젠가 내 글 속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적이 있다. 아빠는 첫 직장을 50대 초반에 그만두셨다. 그리고 두 번째 직업과 직장을 어렵사리 찾아내셨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 과정을 고용노동부에서 주최하는 수기 공모전에 냈었는데, 그때 제법 큰 상에 당선돼 1분인가 2분짜리 만화로도 제작이 됐었다.

그때 아빠는 본인이 나오는 만화를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 저게 사실이긴 한데, 민선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당히 버무렸다고.


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이렇게나 많이 쓴 거야?
책으로 낸다는 애가, 이렇게 통째로 인쇄해서 버리다니, 쯧쯧쯧.

엄마는 항상 나보다 치밀하다. 글을 읽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사이 나는 책 전체를 여러 번 인쇄했다. 그리고 버리고 다시 쓰고 또 인쇄하고. 그런데 엄마는 그걸 재활용 박스에 버리는 것이 영 못마땅했나 보다. 치밀하게 여기저기 나눠서, 여러 종이 사이에 슬쩍슬쩍 분산해서 버렸다는 거다.

'엄마, 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에요'

라고 속으로 생각했고 겉으로 크게 웃었다. 역시 우리 엄마라면서.


언니는 이런 말을 했다.


마음껏 쓰렴.


사실 언니에게는, 들켰다. 내가 언니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썼는데, 나는 언니가 그걸 까맣게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언니는 무려 댓글들까지 다 읽었다고 했다. 어쨌든 책 출간 전에는 지울 글들이라고 말했더니 언니는 그걸 왜 지우냐며 괜찮다고 했다. 가녀장의 시대(이슬아 작가의 소설)에서 복희랑 웅이가 그랬다나. 작가의 가족으로서, 작가인 딸에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쓰라고 했다고. 우리의 이야기를 이슬아 작가의 가족들이랑 비교하다니, 그들에게 대입하다니. 우리 언니 진짜 재미있는 사람이다. 


남편은 이런 말을 했다.


최대한 내 인맥을 활용할게


내 남편은 평생 sns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좁다. 지인들과의 소모임도 거의 없다. 회사가 지인이고 지인이 회사다. 남편의 지인들은 다 본디 지인들이었다. 남편은 소모임 자체를 즐기지를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인맥과 지인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니. 이건 무슨 소린가. 그러면서 왜 내 글에 자기는 없냐며 투덜거린다.


두고두고 당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쓸게요. 기대하세요. 우리 그러면서, 이번 생을 살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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