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많은 점조직들 덕분에, 정말 재미있게 나의 책 <연애>의 첫 북토크를 잘 끝냈다.
사회를 맡은 언니와 열심히 준비한 북토크 시나리오에 맞춰
지원받은 텀블러를 활용한 깜짝 퀴즈를 내고 맞추고, 서로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낭독하고, 독자들의 감상평을 듣고,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내 다음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등등. 계획했던 모든 것을 열심히 우당탕탕 해 냈다.
아주 특별한 학교 <일성여고>에서 60대 여고생들이 와 주었고, 서강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와 주었고, 내 오랜 친구들과 나의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 해 주었다. 그리고 또 많은 지인 분들이 함께 해 주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공간을 초월한) 지인들이 모인 것을 보고 후배가 말하길
"언니, 이쯤 되면 이건 결혼식 아닌가요?"
라고 진실에 가까운 우스갯소리를 했고, 그건 사실이라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나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 질 줄 몰랐기에, 나는 참말 기쁘고 미안하고 좋았다. 어느새 10년 인연이 되어버린 지도 교수님께서는 '내가 더 떨린다'며 보기 드물게 우왕좌왕 마무리 멘트를 해 주셨고, 10년 만에 만난 옛 직장 상사는 깜짝 등장에 못지않게 근사한 소감을 말해 주셨다.
모든 것이 좋았다.
하지만 북토크 도중 받은 독자 질문 중 하나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정말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따뜻한 이야기인데요.
저는 시어머니와 이렇게 좋지 않거든요. 저는 좀 나쁜 며느리인데요, 작가분은 원래 그런 사람인지 아니면 노력에 의한 건지, 아니면 책이니까 약간의 미화가 들어간 건 아닌지 너무 궁금하네요.
날카로운 톤 앤 매너는 아니었고, 유쾌하게 질문하셨기에 나도 유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답이 충분치 않았던 것 같고, 다음에 또 질문을 받는다면 이런 말을 더 해야지 아침에도 점심에도 밤에도 생각 중이다.
나는 나의 기질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의 관계는 나의 기질과 어머니의 (매력적인) 성정과 어머니의 많은 나이가 콜라보하여 만들어낸 결과이다. 할머니 나이의 시어머니는 일단 나이 때문에 타자화 되는 부분이 있어서 신경전이나 갈등이 일어날 요소가 1차적으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그 유명한 말처럼, 모든 가정은 모두 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어도 관계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 노력해서 될 일도 아니고, 올바른 것도 없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가 자책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나는 100번의 대화 중 한 번의 대화에 상처받았다 하더라도, 지나간 99번의 대화가 가치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99번의 대화 중 일어난 '서로의 돌봄'. 그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기억하는 것도 나의 기질 덕이다. 아이를 키울 때 여러 육아서를 읽었는데, 전문가들은 항상 말했다. 아이는 물론 양육자와 양육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그것에 우선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기질이다. 기질은 쉽게 상처받지도 변하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사람은(아이는) 단단하다.
물론, 이렇게 촘촘하게 말하지는 못했다. 이 중 30%나 말했으려나.
출판사 대표님께서도 이 질문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북토크 후기에 길게 '우리의 변'을 올려 주셨다. 몇 번의 북토크를 더 거치고, 더 많이 독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더 나은 대화가 되지 않을까. 어쨌든 질문해 주신 분은 내 책을 읽고 좋았다고 말해준 독자이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