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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Jun 15. 2024

두 번째, 북토크를 합니다

나의 아지트에서

저에게는 아지트가 있어요.


서재도 갖고 싶고 작업실도 갖고 싶지만, 사실 그건 어렵지요. 저는 학자도 아니고 전업(또는 대단한) 작가도 아닌데, 작업실이라니요. 그게 웬말인가요. 아주 유명한 어떤 작가님께서는, 아홉 권의 책을 내는 동안 주방 식탁에서 글을 쓰셨다고 하던 걸요. 그에 비하면 저는 목수가 연장 탓하는 모양새지요. 그리고 지금의 제 책상이 저는 참 좋아요. 저희 집은 희한하게 거실이 매우 넓은데요, 넓은 거실의 한 면은 전면 책장이고, 창가 쪽 한 면은 긴 제 책상이에요. 거기서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수업 준비도 하고 책도 읽어요. 틈틈이 아이와 남편이 제 공간을 넘보기도 하는데, 가끔이라면 저도 흔쾌히 빌려 줍니다. 단, 그 공간의 주인은 저라는 것을 누누이 밝힙니다. 너무 더운 여름만 아니면, 뭔가 작업하기 딱 좋아요. 그런 제 공간이 떡하니 있지만, 아지트는 하나 꼭 갖고 싶더라고요. 언제고 가도 마음 편한 곳,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저에게도 아지트가 생겼습니다.


안양에 있는 동네 책방 <뜻밖의 여행>인데요. 저는 날이 좋아도 안 좋아도, 시간이 있어도 없어도, 기쁜 날도 슬픈 날도, 그곳 <뜻밖의 여행>에 갑니다. 책방에 가면 물론 책을 사고 책을 읽어요. 하지만 책방은 하나의 공간이자 커뮤니티여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저는 참새가 방앗간 들르듯이, 오며 가며 틈틈이 책방에 갑니다. 책방에 가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무엇보다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제일 좋아요. 날씨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는 많지 않거든요. 제 취향저격이에요.


책방지기님은 제 꿈을 처음부터 지켜보신 분이에요. 그래서 제 책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해 주셨어요. 그리고 정말 너무나 적극적으로 책을 홍보해 주고 계시는데요. <뜻밖의 여행>에 가면 아직도(출간한 지 세 달이 넘었는데) 제 책 사인본이 쌓여 있고요, 얼마 전에는 책방지기님께서 <동네책방 동네도서관> 6월호에 제 책 서평을 써 주시기도 했어요. 모두 제게는, 매우 뜻깊고 가슴 벅찬 경험들입니다.


<뜻밖의 여행> 책방지기님 큐레이션 공간에 자리 잡은 <연애>


<동네책방 동네도서관>6월호

제게는 너무 의미 있는, 바로 이곳 <뜻밖의 여행>에서, 제 두 번째 북토크를 하려고 해요. 첫 번째 북토크와는 분위기가 매우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이곳은 <뜻밖의 여행>을 중심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작은 문화 공동체 느낌이고요, 일반 독자님들도 많이 참석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두 번째인데도 많이 떨립니다. 하지만, 잘 준비해 보려고요. 그래서 굿즈도 만들어 봤어요. 책 본문에 나오는 어머니 그림을 넣은, 폴라로이드 사진이에요. 정말 사부작사부작, 에너지 넘치는 신인 작가입니다 :)


책 본문에 나오는 어머니 그림과 똑같은, 폴라로이드

집에서 책방이 10분 거리여서, 이번에는 제 아이 도현이도 참석하기로 했어요. 아이가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 더 떨리지만, 아이에게 특별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어요.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어떤 분들이 참석해 주실지, 어떤 시간이 될지, 두근두근 거립니다. 사실 요즈음 집안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 3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제 책 속 주인공이신 어머니께서도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 좋으신 상태이고요). 하지만 이렇게 가슴 뛰는 일이 제게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용기와 힘을 내려고 합니다.

어쨌든 가슴이 '콩닥콩닥'이 아니라 '두근두근'이니까요.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일시 : 6월 29일 토요일 4시

장소 : 안양 책방 뜻밖의 여행 인스타그램 @surprising.books


이렇게 한 번 더, 성장해 보겠습니다. 이건 모두, 브런치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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