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행복한 철학자 : 우애정
노세, 노세 늙어서 노세, 죽어지면 못 노나니.
사람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노철학자는 답사에서 말하기를 결혼이나 회갑, 이런 날들이 원래는 축하할 날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축하하느라고 법석을 떠는 것은 아마도 결혼으로 인해 고생이 시작되는 것이나 육십이 지나 죽음이 가까워 오는 것에 대한 슬픔을 슬쩍 얼버무리기 위한 것 같다고.
우애령 <행복한 철학자> 2024 하늘재 (156쪽)
아리따운 여자와 늦바람이 난다면 사람이 이렇게 되리라 싶다.
철학자는 아버지의 고향에 마련한 시골집과 연애하는 사람 같다. 한동안 그곳에 가지 못하면 답답하고 좀이 쑤셔 못 견딘다.
같은 책 (204쪽)
아폴로와 뮤즈, 디오니소스 사이를 방황하며 살아온 철학자의 노년은 어떤 형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지 자못 궁금하다. 같은 책 (242쪽)
인생에 너무 큰 열등감과 두려움을 지고 컸기 때문인지 이렇게 잘 살아온 게 대견해.
연말에 내 삶의 흔적이 되는 훌륭한 사람들과 만나고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해.
같은 책 (256쪽)
이번 주에도 생일이다 결혼기념일이다 정신이 없다. 계속 축하해 주렴.
철학자인 아빠가 너무 행복해서 미안하다.
허리는 그저 견딜 만하단다. 병과 사귀면서 지내려고 한단다.
같은 책 (2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