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멀어지는 친구와 지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냐면,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누구라도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일하다 보면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서로를 자세히 몰라서 그렇고 서로를 잘 들여다볼 정성이 없어서 그렇지, 다들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한 사람의 사정을 알게 된다면 이해하지 못할 일이 무얼까. 그리고 세상에 선한 구석이 없는 사람은 없다. 가까워지고 저마다의 사정을 말하다 보면, 그 선한 구석을 내보이게 되고, 선한 구석을 한 번 봐 버리면 그 사람에 대한 냉정한 시선을 계속 가지고 가기란 어렵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서사가 있다. 1:1 서사. 한 사람이 100인을 만난다면 100개의 서사가 있고, 그 서사에 따라 동일한 사람이 어떤 이에게는 온정적인, 어떤 이에게는 냉정한, 또 어떤 이에게는 천진난만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또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디에도 내 맘 같은 사람은 없다. 좀 시니컬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므로 관계에서 자유롭기도 하다. 내가 낳은 자식, 나를 낳아준 부모도 내 속과 같지 않다. 내가 고른 배우자도 그렇고 친 동기간도 그렇다.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이다. 그런데 동료나 지인이나 친구에게서 내 맘을 바란다는 것은 욕심이다. 그저 일정 부분 맞는다면, 간혹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이견이 생기더라도 더러 맞기도 한다면, 그것은 수지맞은 관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디서 봤는데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의 주기는 7년이라고 한다. 7년을 주기로 만나고 친해지고 멀어지고 헤어지는, 그런 사이클이 반복된다고 한다. 내가 7년 전 만난 사람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지 생각해 봤다.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렇지 않다. 7년 전에도 지금도 같은 회사를 다니고 있으므로 현재의 동료는 제외하고 생각하면, 7년 전 내가 몸 담았던 모임이라거나 7년 전 뭔가를 배우러 다녔던 곳을 생각한다면, 7년 전의 인연이 어떠한 연결 고리 없이 그저 보고 싶은 마음으로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는 너무 바쁘다. 지금 내 주위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을 챙기기에도, 시간이 너무 없다.
7년을 넘어선 관계들에게서도, 나는 요즘 이상한 데자뷔를 겪고 있다. 7년이 넘었지만 문득문득 보고 싶어지는 관계, 7년이 넘었지만 14년 후에도 21년 후에도 연락을 지속할 것 같은 관계들이 그렇다. 나는 그들이 분명 보고픈데,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나와 너무나도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외국에서 오랫동안 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날 일이 있었다. 자주 연락하지 않고 자주 만나기 어렵지만, 우리는 5년 만에, 3년 만에, 기회가 되면 꼭 만난다. 그런데 만날 때마다 나는(아니 우리는 일수도) 크게 느낀다. 이 아이는 나와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구나. 이렇게 멀어져 간다면, 다음에 만날 때는 더 멀어져 있겠구나. 보고 사는 것 입고 사는 것 먹고사는 것이 다르고, 무엇보다 만나고 사는 사람들이 다르다. 외국에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아이의 내년과 내후년과 5년 뒤가 궁금하다. 예전처럼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눈빛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난 그 아이가 계속 그리울 거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깨달을 거다. 이 아이는 이제 내 세상에 살지 않는구나. 하지만 나는 계속 그리워할 거다. 한 번 들어버린 정이란, 웬만해서는 없어지기 어렵다. 나는 그걸 절절히 느낀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