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296편의 글을 발행했다. 지난 4년간 쉬지 않고 줄곧 브런치에 글을 썼다. 나의 과거와 나의 현재 그리고 나의 미래가 모두 브런치에 담겨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일상이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2일 혹은 3일에 한 번 글을 올렸다. 매일 올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솔직히 좀 참기도 했다. 몇 개의 카테고리를 번갈아 가면서 올렸는데, 나에게는 나의 아이 이야기, 나의 시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내 직업 한국어 교사 이야기가 주된 소재였다. 나의 모든 삶은 글감이 되었고 쓰는 나는 참 즐거웠다.
신나고 설렜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이었다. 남들 다 하는 SNS도 꾸준히 해 보지 못한 나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블로그 하나 하지 않았고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독서 후기 한번 올려 보지 않았다. 게을렀던 건지 바빴던 건지 아니면 쓸 마음이 부족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하나도 쓰지 않고 기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나는 지치지 않았다. 내 글을 읽고 쓴 독자들의 댓글이, 내 글에 라이킷을 눌러주는 독자들의 반응이 매일 같이 기다려졌다. 가끔은 조회수가 폭발하는 일도 발생했고 브런치 홈에 내 글이 올라가는 일도 생겼는데, 그런 일들은 나를 더욱 쓰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쓰면서 설렜고 쓰고 나면 신났다.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졌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브런치대상 수상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보고 읽어봤다. 그리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특별 전시된 그해 수상 작가들의 프로필 사진과 발간된 책을 만져 보면서, '나도 혹시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썼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고 시간이 많았다. 약속은 종종 취소되었고 어떤 것도 쉽게 계획하지 못하던 때였다. 나는 외부 활동 제약으로 생긴 모든 시간을 읽고 쓰며 보냈다. 방대한 양의 책을 급속도로 읽어 치웠고, 내 삶의 모든 일들을 글감으로 삼아 글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쓰는 삶에 푹 빠져 버렸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에 실패했다
1년 넘게 열심히 썼더니, 두 권의 브런치북이 완성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브런치북대상에 도전했지만 되지 않았다. 첫 도전에 성공하리라 굳게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러고 나니 내 손에 두 종의 원고가 남아 있었다. 응모 준비 과정에서 내 글은 천천히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고 그것을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투고에 성공했다
내 글에 꼭 맞는, 내 글과 어울리는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다. 투고로 성공해 책을 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글과 결이 맞는 출판사를 찾는 것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투고할 출판사가 결정되면, 해당 출판사에서 발행한 모든 책을 사서 읽고 빌려 읽었다. 다 읽지 못한 경우는 리뷰글과 목차라도 둘러보았다. 그렇게 찾고 고른 여러 출판사에 투고하기 시작했고 여러 번 거절의 메일을 받았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나는,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2026년 여름, 내 세 번째 책이 나온다
2023년 가을, 내 글을 받아 줄 출판사를 찾아 헤맬 때 내 손에는 두 종의 원고가 들려 있었다. 하나는 <나의 뮤즈, 나의 시어머니 이야기>, 다른 하나는 <나의 기쁜 한국어 교육기>. 시어머니 이야기는 지난 2024년 2월 「연애緣愛-아흔 살 내 늙은 어머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야기는 지난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2026년 책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나는 올해 7월 두 번째 책 「노년을 읽습니다」를 출간했다.
모두, 브런치와 함께였다
나는 브런치북 대상 수상자는 아니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와 함께 성장했다. 브런치 친구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글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누군지 모르는 든든한 내편이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도 내 구독자들도 모두 알고 있는 그것, 그러는 동안 내 글은 매우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습작 수준이었던 글 한두 편이 모여 원고가 되었고 그게 책이 되었고 나에게 앞으로도 계속 쓰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주었다.
모두, 브런치스토리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