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 된 아이는 체격 조건이 절정에 이르고 있다. 내가 본 아이의 키는 지금이 제일 크고 몸무게 또한 지금이 제일 무겁다. 어깨는 가장 넓고 발도 제일 크다. 나는 올해도 또 어김없이 겨울 후디를 새로 사야만 했고 기모 바지를 새로 장만했다. 아, 물론 양말과 속옷도 새것이 필요했다.
어느 날 우리 반 남자학생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새 옷을 사야 하나요?
작년에 산 옷을 입지 못하고 옷을 새로 또 샀어요. 겨울 사이에 키도 크고 몸도 컸더라고요. 계절마다 새 옷을 사야 해서 너무 바쁘고 성가셔요. 남자는 몇 살까지 키가 크나요? 학생들은 민망한 듯 아니 자랑스러운 듯 웃으며 남자는 25살까지 크니까 조금만 더 버티라고 나를 위로해 줬다.
가끔 10대 후반에 유학을 온 남자 학생들을 보면, 눈에 띄게 쑥쑥 큰다. 나라마다 학제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 나이로 치면 18살에 한국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그런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로 치자면 고1, 고2 수준이고 그러므로 몸과 마음도 딱 그 단계다. 한 계절이 지나고 나면 학생은 훌쩍 커 있다. 나를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뭔가 내가 부탁을 할 일이라도 있다면-높은 곳의 창문을 열어야 한다거나 짐을 들어야 한다거나-아주아주 뻐기면서 본인이 일을 해치운다.
내 아이는 요즘 딱 그 상태다. 본인이 테토남이라고 확신하면서 힘과 근육 그런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 어떤 날은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집에 테토는 나 혼자야. 아빠는 에겐남이고 엄마도 에겐녀.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말하면서 기분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는 요즘 테토남의 계절을 십분 즐기고 있다. 뚜껑을 열어야 한다거나 짐을 들어야 할 일이 있을 때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심지어 한 팔에 여러 가지 짐을 함께 들기도 하고 캔 뚜껑은 굳이 한 손가락으로 여는 신공도 보여준다. 어제는 아빠를 업어 보겠다며 가뿐하게 업기도 했다. 엄마인 나는 진즉에 업어 보인 지 오래다. 그런 본인의 성장이 신기하고 흡족할 것이다. 아니 신기함 흡족함 이런 감정으로 이름 붙이기 전에 일단 기분이 좋을 것이다. 뭔지 모를 흐뭇함과 흥분.
몸의 변화란 얼마나 신기한가.
3.65kg이었던 아이가 쭉쭉 늘어나 지금의 거구가 되었다. 이렇게 25년쯤 성장하고 십 년쯤 그 청년기를 보내고 그 후 늙기 시작한다. 20대 후반부터 세포의 노화가 시작된다고 들었는데, 그럼 남자는 쭉 성장하다가 정점을 찍고 그때부터 늙기 시작하는 건가.
아무튼, 경이롭다는 말은 생명에게 쓰기에 딱 적합한 말이 아닌가 싶다.
나는 18세 아이의 변화가, 하루하루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