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정도,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모두 여행을 간다. 사실 여행이라 하긴 뭣하고, 어머니 집 가까운 곳으로 1박 2일 나들이를 간다. 우리는 가족이 많기 때문에 계획을 잡는 게 쉽지는 않다.
많은 난관이 있다. 일단 그 많은 인원이(20명) 잘 곳을 구하기가 어렵고, 그 많은 인원이 먹을 것을 준비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이제는 그 많은 인원이 모이는 것 자체가 위험이 되었다.
그래도, 모이기로 했다.
그래도 모이기로 한 이유는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내 어머니는 '연세가 많으시기 때문에' 모이면 안 된다. 코로나에 걸리시면 큰일이 아닌가. 하지만 가족들은 '살면 얼마나 사시겠냐'며 이번에 모이자고 한다. 나는 '어머니가 당장 큰 병에 걸리신 것도 아니고 아직 건강하신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안다. 90 넘은 노인의 경우 당장 큰 병에 걸리지 않으시더라도 내일 아침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마주하기 싫어 외면하는가 보다.
90 노인에게 여행이란 무얼까. 차를 오랫동안 탈 수 없으니 관광은 어렵다. 걷기가 어려우니 산책도 어렵다. 음식은 즐기시는 것만 마땅해하시니 새로운 음식을 사 드릴 수도 없다. 그냥 집 밖으로. 집 밖에서 무언갈 한다, 여행을 갔다는 것 자체의 의미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을까.
그러다 다시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자 하면,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이랄 게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잊고 잊힐 거, 어차피 다 없어질 거, 어차피 다 흔적도 안 남을 거...... 포기하고자 할 때는 어차피 다 아무 의미 없다는 이유를 붙이고 효율을 따지다가, 집착하고자 할 때는 온갖 어여쁜 이유를 붙이며 살 것인가.
그러지 않을 거다. 나는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 생은, 다정하고 오지랖 넓게 살기로 했다.
다소 부질없고 다소 허무하고 때때로 무리하면서, 그렇게 살기로 했다. 그래서 금세 잊으실 추억을 함께 만들고 한 입밖에 드시지 못할 음식을 무리해서 만들고, 그러느라 무리하고 또 무리하며 살 예정이다.
그렇게라도, 하고자 한다. 나와, 모두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