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발걸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걸까.
매일의 선택들이 쌓여 결국 내가 원하던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줄 수 있을까.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볼 때도, 길을 걸으며 발자국 소리를 들을 때도, 심지어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불을 끄기 전에도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어떤 날은 확신이 있습니다.
내가 걸어온 길이 맞는 것 같고, 작은 성취 하나에도 “그래, 언젠가 도착할 수 있겠지”
라는 용기가 생깁니다.
그러나 또 어떤 날은
그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애써 세워 올린 것들이 금세 무너지는 것 같고, 방향을 잃은 것처럼 헤매다 지쳐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마음이 흔들릴 때는 목적지가 분명히 있는데도, 내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아마 이 마음은 나만의 것이 아니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여정 속에서 비슷한 불안을 느낄 겁니다.
그런 순간에 문득 하나님을 떠올립니다.
내가 정한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길이라면, 설령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곳으로 데려가실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길을 잃은 것 같은 순간에도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나침반이 되어 우리의 방향을 바로잡아 주십니다.
내가 두려워하며 내뱉었던 질문, “도착할 수 있을까, 그곳에”는 결국 “하나님이 함께하시기에 반드시 도착할 수 있다”는 고백으로 바뀌어 갑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를 의심할 때조차 우리를 붙들어 주십니다.
우리의 연약함과 흔들림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경험하는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시니라.”
(잠언 16:9)
우리가 원하는 곳보다 더 선한 곳, 우리가 계획한 길보다 더 안전한 길로
하나님께서 인도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도착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기보다, 하나님께 맡기며 걸어가기로. 그분이 나와 함께하신다면, 반드시 그곳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자리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믿음의 길을 걷는다고 해서 언제나 마음이 단단한 것은 아니더군요.
때때로 저는 여전히 조급합니다. 빨리 도착하고 싶고, 눈에 보이는 결과로 안심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인도하신다 믿으면서도, 내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불안이 고개를 듭니다.
아마 이 부분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겁니다. 우리 모두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내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지요.
하지만 돌아보면, 그 흔들림조차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과정이었습니다.
넘어지고 돌아서고 방황했던 순간들이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제 신앙의 뿌리를 깊게 내리게 했습니다.
길이 끊어진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 서서 기도하다 보니 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리곤 했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내가 여기 있다. 네가 갈 길을 내가 열어줄 것이다” 말씀하시는 듯했지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도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신뢰의 문제라는 것을요.
내 힘으로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지만, 하나님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으시니까요.
내가 불안에 잠겨 있을 때도, 이미 하나님은 내 걸음을 붙잡아 주고 계셨습니다.
오늘도 저는 믿음으로 이렇게 고백하려 합니다.
“주님, 제가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있든, 결국 주님께서 예비하신 그곳으로 저를 데려가실 것을 믿습니다.
그러니 제가 흔들릴 때마다 다시 주님을 바라보게 하소서.”
성경은 이렇게 약속합니다.
“너희를 부르시는 이는 미쁘시니 그가 또한 이루시리라.”
(데살로니가전서 5:24)
이 말씀이 오늘 제 마음에 큰 위로가 됩니다. 내가 부족해도, 내가 연약해도, 하나님은 신실하시기에 반드시 이루신다는 약속. 그래서 이제는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끝까지 인도하실 테니까요.
도착할 수 있을까 불안했던 그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뀝니다.
“도착할 수 있지.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니까.”
때로는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피곤한 얼굴들, 멍하니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어느새 지는 노을.
그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모두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사실은 같은 질문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그런 질문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도 찾아옵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문득 느껴지는 거리감, 혼자 집에 돌아왔을 때 밀려오는 공허함,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불안감.
그럴 때면 도착해야 할 목적지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고, ‘혹시 나는 이 길에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며듭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그 불안 속에서도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잠시 쉬어가더라도, 결국은 다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끈기이자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함 속에서 살지만, 동시에 그 불확실함을 안고서도 나아갈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도착이란 꼭 거창한 목표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하루를 무사히 끝낸 것, 지친 마음을 다독이며 잠들 수 있는 것, 누군가와 웃으며 밥 한 끼 나누는 것.
이 작은 도착들이 쌓여 우리를 앞으로
이끌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이제는 생각합니다.
언젠가 크게 맞이할 그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지금 내 앞에 놓인 작은 도착들을 소중히 여기자고.
오늘의 한 걸음이 바로 내일의 목적지로 이어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