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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한리 Chae Hanlee Nov 29. 2023

늙음의 얼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20


늙음의 얼굴 


사람들은 " 곱게 늙었다 "는 표현을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늙을 때 곱게 늙어야 좋은가? 


짜라투스트라는 어느 여름날 무화과나무 아래서 잠을 자다가 독사에게 물린다.  


" 독사:  그대의 길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독이 그대를 죽이고 말 것이니까! 

  짜라투스트라:  아직까지 한 마리의 용이 독사에게 물려 죽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 1


용이 독사에게 물려 죽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용도 상처는 입는다. 

독사에게 물리며 평생을 살다 보면 흉터투성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용의 외모가 그렇게도 스산한가 보다.  

기름칠한 듯 매끈한 독사와 얼마나 대조적인가!  


스산한 노인이 거울에 낯설게 비치는 날이 우리 인생에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때,  " 아! 나는 잘못 살아왔구나 " 하고 슬퍼하지 말자.

숱한 독화살을 맞고도 긴 세월 살아냈음을 깨닫자. 

늙어서까지 곱고 매끄런, 독사도 피해 갈 것 같은 차가운 얼굴이 뭐 그리 자랑거리란 말인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  그건 곱고 매끄런 얼굴을 늙어서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1.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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