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20
늙음의 얼굴
사람들은 " 곱게 늙었다 "는 표현을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늙을 때 곱게 늙어야 좋은가?
짜라투스트라는 어느 여름날 무화과나무 아래서 잠을 자다가 독사에게 물린다.
" 독사: 그대의 길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독이 그대를 죽이고 말 것이니까!
짜라투스트라: 아직까지 한 마리의 용이 독사에게 물려 죽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 1
용이 독사에게 물려 죽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용도 상처는 입는다.
독사에게 물리며 평생을 살다 보면 흉터투성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용의 외모가 그렇게도 스산한가 보다.
기름칠한 듯 매끈한 독사와 얼마나 대조적인가!
스산한 노인이 거울에 낯설게 비치는 날이 우리 인생에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때, " 아! 나는 잘못 살아왔구나 " 하고 슬퍼하지 말자.
숱한 독화살을 맞고도 긴 세월 살아냈음을 깨닫자.
늙어서까지 곱고 매끄런, 독사도 피해 갈 것 같은 차가운 얼굴이 뭐 그리 자랑거리란 말인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 그건 곱고 매끄런 얼굴을 늙어서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1.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