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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한리 Chae Hanlee Dec 09. 2023

죽음을 맞이하는 법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23

죽음을 맞이하는 법 1



내가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 한 여학생이 

자기는 흰 드레스를 입고, 지금은 그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 당시 유행했던, 

아주 낭만적인 노래를 들으면서 죽을 거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난 속으로 "가슴엔 빨간 장미꽃 하나를 달고"라고 맞장구를 쳤었다.  

하지만 그 후 내가 목격한 죽음들은 하나같이 처절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오죽하면 '죽을 것 같이 아프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누구나 주변을 정리하고 마지막을 자기답게 준비한 다음 

자는 듯 평화로운 가운데__예를 들어 영성체 직후나 기도 중에__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길 바란다.  

친절하고 완만한 죽음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죽음의 양식(樣式)--폭압적일 정도로 급격하거나
친절하다고 할 만큼 완만하거나 하는--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완만한 죽음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한다. 

평생을 죄로 규정하고 그 죄를 씻어야 편히 눈감을 수 있으니 

죄 사함을 빌어라, 빌어라라고 유혹하기 때문이다. 


" 빠른 죽음을 말하는 설교자가 생명의 나무를 흔들 때 그 진정한 폭풍우를 피하지 말며,

오히려 완만한 죽음의 설교와 현세에 대한 관용의 설교를 경계하라"라고 한다. 2


죽음이 어떤 양식으로 덮쳐오든지, 그때의 삶의 형편이 어떻든지,

폭풍우 같은 그 기세를  생명이 한 번은 겪게 되는 자연의 현상으로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회귀자연 (回歸自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회귀자연을 '소망'하라고까지 말한다: 

"나 나를 낳아준, 그 품속에서 안식하기 위해, 대지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3


그렇다고 짜라투스트라가 죽음을 동경하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너무 일찍 죽어간' 예수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알고 있던 것은 히브리인들의 눈물과 우울, 그와 함께 착하고 의롭다는 자들의 증오뿐이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동경이 그를 덮쳤던 것이다.  그가 차라리 사막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그리하여 저 착하고 의롭다는 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는 삶을 누리는 법과 대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거기에다 웃음까지!" 4


한 점의 삶도 남기지 말고 다 소진하여 자신의 '최선'을 이룬 뒤, 

그때 명랑하게, 일말의 아쉬움이나 회한이 없이 성숙할 대로 성숙한 어른으로서 

자연으로 호탕하게 돌아가라는 것이다. 






1.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19

2.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89 참조

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23

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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