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23
죽음을 맞이하는 법 1
내가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 한 여학생이
자기는 흰 드레스를 입고, 지금은 그 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 당시 유행했던,
아주 낭만적인 노래를 들으면서 죽을 거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난 속으로 "가슴엔 빨간 장미꽃 하나를 달고"라고 맞장구를 쳤었다.
하지만 그 후 내가 목격한 죽음들은 하나같이 처절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오죽하면 '죽을 것 같이 아프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누구나 주변을 정리하고 마지막을 자기답게 준비한 다음
자는 듯 평화로운 가운데__예를 들어 영성체 직후나 기도 중에__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길 바란다.
친절하고 완만한 죽음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짜라투스트라는 죽음의 양식(樣式)--폭압적일 정도로 급격하거나
친절하다고 할 만큼 완만하거나 하는--에 집착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완만한 죽음의 유혹을 경계하라고 한다.
평생을 죄로 규정하고 그 죄를 씻어야 편히 눈감을 수 있으니
죄 사함을 빌어라, 빌어라라고 유혹하기 때문이다.
" 빠른 죽음을 말하는 설교자가 생명의 나무를 흔들 때 그 진정한 폭풍우를 피하지 말며,
오히려 완만한 죽음의 설교와 현세에 대한 관용의 설교를 경계하라"라고 한다. 2
죽음이 어떤 양식으로 덮쳐오든지, 그때의 삶의 형편이 어떻든지,
폭풍우 같은 그 기세를 생명이 한 번은 겪게 되는 자연의 현상으로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회귀자연 (回歸自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회귀자연을 '소망'하라고까지 말한다:
"나 나를 낳아준, 그 품속에서 안식하기 위해, 대지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3
그렇다고 짜라투스트라가 죽음을 동경하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너무 일찍 죽어간' 예수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알고 있던 것은 히브리인들의 눈물과 우울, 그와 함께 착하고 의롭다는 자들의 증오뿐이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동경이 그를 덮쳤던 것이다. 그가 차라리 사막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그리하여 저 착하고 의롭다는 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는 삶을 누리는 법과 대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거기에다 웃음까지!" 4
한 점의 삶도 남기지 말고 다 소진하여 자신의 '최선'을 이룬 뒤,
그때 명랑하게, 일말의 아쉬움이나 회한이 없이 성숙할 대로 성숙한 어른으로서
자연으로 호탕하게 돌아가라는 것이다.
1.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19
2.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89 참조
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23
4.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