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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한리 Chae Hanlee Dec 13. 2023

이기심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24

이기심



“항상 스스로를 증여하는 부드럽고 찬란한 황금”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 자체의 찬란함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는 황금처럼 아무런 계산 없이 그냥 스스로를 내어주는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짜라투스트라는 이 심성을 이기심이라고 부른다. 이런 심성이 어째서 이기심인가? 왜냐하면 이런 마음은 ‘최고의 덕’, 계산 없이 ‘선사하는 덕’을 갖추려는 욕망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건강한 이기심이다. (1)


반대로 짜라투스트라는 “언제나 훔치려고만 하는 너무도 가난하고 굶주린 야욕”을 병든 이기심이라고 부른다.  이런 마음을 가진 자는 “반짝거리며 빛나는 모든 것을 도둑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모든 것은 나를 위해”라고 말한다. 긴 인생을 살다 보면 너무 궁핍하거나 되는 일이 없을 때, 보통 사람들도 이런 나쁜 이기심을 가질 때가 있다.  그러나 대개는  “아, 내가 몹쓸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고 반성한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생각의 내용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이다. (2)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이익에 따라 결정하는 마음이 이기심이다. 자신의 이익이 최고의 덕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남의 재화나 명예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하거나 둘 중 하나다. 


병든 이기심을 가진 사람이 건강한 이기심을 가진 사람보다  더 많다.  자신의 이기심이 건강하지 않다는 점을 의식하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암울한 세태 때문인지 “모든 것은 나를 위해”라는 병든 이기주의가 매스컴, 정치, 인간관계의 가장 솔직한 캐치프레이즈라고 노골적으로 옹호된다. 이런 추세 하에서는 최고의 덕, 무조건 자신을 내어주는 덕을 갖추려는 욕망에서 발현되는 건강한 이기심은 일종의 과대망상, 백치적인 허풍으로 치부되고, 아니면 교활한 자의 위선이라고 백안시된다.  바보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골적으로 자기가 약삭빠른 사람임을 과시하는 경우마저 보면 허탈해지지 않을 수 없다. 




(1)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는 마음, 특히 최고의 덕을 갖추려는 건강한 이기심과 구별해야 하는 마음의 자세로서 자기애를 들 수 있다. 자신의 삶의 목적을 자신의 운명으로서 여기고 사랑하는 것을 '자기애 (自己愛)'라고 한다. 

(2) 니체는  “이기심은 인간의 온갖 특성 중에서도 가장 잘 형성되어 있다.”  니체__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__ 제8장 국가에 대한 성찰__248 고 말한 바 있다.  또 “인간에게서 이기심을 제거한다면, 지혜, 용기, 절제, 정의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덕성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니체__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II__ 제2장 방랑자와 그 그림자__58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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