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28
짜라투스트라는 제자들과 헤어져 다시 산으로 들어가 동굴 깊은 곳에 은거한다. 은거하는 동안 그의 지혜는 나날이 새로워지고 깊어졌다. 그러나 그는 지혜를 세상에 베풀지 못하고 고독 속에 있어야 함을 고통스러워한다. 스스로 빛을 선사하는 황금처럼 지혜를 선사함이 선각자의 행복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짜라투스트라는 꿈을 꾸었다.
" 거울을 손에 든 한 어린아이가 내 앞으로 걸어온다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나는 전율을 느끼고 소리를 질렀다 ……나타난 것은 – 악마의 찌푸린 얼굴과 조소였다. " (1)
짜라투스트라는 이 꿈을 ‘경고’로 해석한다: ‘나의 가르침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 잡초가 자라나 밀의 행세를 하려 든다는 것’의 경고라는 것이다. 즉 그의 가르침의 의미가 그 사이 생겨난 적(敵)들에 의해 왜곡되고 있으며, 제자들이 그를 부끄러워하며 떠나가고 있다는 경고다. (2)
‘거울을 든 아이’는 누구인가? 그 아이는 바로 짜라투스트라가 현재 도달한 상태의 지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난폭한 지혜는 적막한 산 위에서 임신되었다. 그리하여 험준한 바위 위에서 새끼를–가장 어린 새끼를 낳는다. " (3) 그가 동굴에 은거하며 임신하고 낳은 가장 어린 새끼(아이)__가장 최근의, 가장 새로운 지혜__가 거울을 들고 짜라투스트라에게 경고하고 명령한다: “위기가 왔다, 산을 내려가라!” 고. (4)
짜라투스트라는 이제 산을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깨닫고, ‘영감을 얻은 선지자’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는 제자들과 세상을 만날 것을 생각하고 행복해한다. ‘진리를 선사하는 자’로서 “다시 가르치고 베풀며 사랑하는 자들에게 더없이 큰 사랑을 보여주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
짜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새로운 지혜는 온화하고 부드럽고 느리고 낡은 지혜가 아니라 새롭고, 폭풍같이 빠른 지혜이며, 흥분한 말에 뛰어올라 적들을 향해 창을 던지듯, 보는 이들을 기겁하게 할 ‘난폭하고 사나운 지혜’라고 한다. (6) 또 자신의 가르침이 폭포수처럼 거침없이 세상을 향해 쏟아져 내릴 것임을 예고한다. “나 온통 입이 되고 말았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오랜 고독과 오랜 그리움이 그를 ‘침묵할 줄 모르게’한다는 의미다. (7)
(1)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99
(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36. 1부에서 짜라투스트라는 제자들이 그를 버릴 때 다시 복귀한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리를 찾아 거듭날 때 그 역시 거듭난 자로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적들이 그의 가르침을 왜곡하고 제자들이 그를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제자들을 찾아 다시 하산하겠다고 한다.
(3)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01
(4) '거울을 든 아이’의 모티브는 주체(짜라투스트라)의 시선이 거울 속 세계를 향했다가 자신의 내부로 향하게 되며, 타인(제자들)의 자신(짜라투스트라)에 대한 욕망을 욕망한다는 라캉적인 심리 체험을 생각하게 한다.
(5)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36
(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 138
(7)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__정동호 역,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