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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한리 Chae Hanlee Jan 17. 2024

도덕 운운할 때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34

도덕 운운할 때 


나도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도덕을 운운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의 심리의 저변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분명 유쾌하지 않은 소금기가 돈다. 


짜라투스트라는 말한다: 


"아아! 그대들의 입에서 <도덕>이라는 말이 얼마나 졸렬하게 울려나오는가! 그대들이 <나는 정의이다> 할 때, 그 소리는 항상 <나는 복수했다>로 들린다. " (1)


내가 도덕을 운운할 때 많은 경우 나의 마음 속에는 이미 흑과 백의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렇게 도덕을 운운함으로써 다른 사람보다 먼저 백의 고지 (高地), 정의의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심리가 맹렬히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옳다”라고 큰소리로 빨리 말하는 사람이 유리한 경우를 수없이 보아온 까닭이다.  그런데 선점한 백의 고지에 서서 “내가 옳다”라고 외치지만, 이 외침과 동시에 나 자신의 마음 속에서 깊이 울리는 말은 “드디어 나는 복수했다" 라는 숨찬 메아리다.  그러나 정말 솔직히 상황을 살펴본다면 많은 경우 누가 정말 옳고 누가 정말 그른지를 분명하게 해주는 기준은 없으며, 다만 '옳다'라는 언어적인 고지를 선점한 자의 재빠름만이 확인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 속에 밀려드는 감정은 '도덕'이나 '정의'와 같은 '낡은 말들'에 대한 권태감과 싫증이다. 


짜라투스트라는 말한다: 


" (도덕의 정의 (定義)를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수 (報酬)>, <보복>, <형벌>,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복수> – 이 같은 말에 대해 그대들에게 권태를 느끼도록 일깨워주기 위해 (짜라투스트라는) 온 것이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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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12

(2)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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