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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한리 Chae Hanlee Jan 24. 2024

복수심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36

복수심


당신이 복수심 (Rache)을 가져보았다면 잘 알 것이다. 그 색깔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핏빛 붉은색이 아니고 검은색이라는 것을. 핏빛이라면 그건 스스로 발광하기 때문에 금세 눈에 띄어 두려움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검은색은 억눌러지는 색이고 음험함의 색이다.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복수심을 감추고 있음을.  악의 (惡意)나 흉계 등을 통해 스멀스멀 드러나기까지는. 


당신은 언제 복수를 끝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상대방에게 시커먼 자국을 남겼을 때다. 당신의 영혼을 좀먹었던 것과 똑같은 시커먼 상처를 상대방의 영혼에 남겨 그의 삶을 충분히 흔들었을 때다. 


짜라투스트라는 복수심을 품은 사람을 적에게 이빨을 꽂아 독액을 넣어 마비시켜 죽이는 커다란 검정 거미 타란툴라 (die Tarantel)에 비유한다. 


" 타란툴라여. ……  그대의 영혼에는 복수(復讐)가 찍혀있다.  그대가 무는 곳에는 검은 자국이 생긴다. 그대의 독은 복수로써 사람의 영혼을 어지럽힌다. …… 그대들 영혼을 어지럽히는 자들이여!  그대 평등의 설교자 (der Prediger der Gleichheit)들이여! 그대들은 타란툴라다.” (1)


복수심은 지켜졌어야 마땅한 평등이 깨어졌다고 ‘당신이’ 느낄 때 생겨난다.  그러나 평등의 저울은 눈금이 엉성하다. 복수하려는 당신의 저울은 특히 그렇다.


복수심은 상대방의 영혼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끝난다. 그러나 상대방의 영혼에서는 당신이 물어뜯어 남긴 시커먼 자국이 마구마구 썩어 들어가고 있다.  그 시커먼 자국에서 복수심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__이건 당초에 당신이 원하던 바가 아닌데도 그렇다.


(1)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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