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읽기 49
우리는 과연 '사랑'이란 걸 할 줄 아는가?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일(業)이든? 태양과 바다가 서로 사랑하듯, 우리는 서로 그런 사랑을 할 줄 아는가? '태양과 바다의 사랑'같은 사랑이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짜라투스트라는 말한다:
"태양이 바다를 넘어 조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라! 저 태양의 사랑의 갈망과 열띤 숨소리를 그대들은 느끼지 못하는가? 태양은 바다에서 젖을 빨고, 그 심연(深淵)을 자신의 높이까지 끌어올리려 한다. 여기에 천 개의 유방(乳房)을 단 바다의 욕망이 솟아오르는 것이다. 바다는 태양의 갈망으로써 입 맞추고 젖이 빨리기를 원한다. 바다는 대기 (大起)가 되려 하며 드높이 솟으려 한다. 그리고 광명 그 자체가 되려고 한다." (1)
태양은 결사적이고 거침없는 사랑으로 바다를 자신의 높이까지 끌어올리려고 하고, 바다는 물러섬이나 주저함이 없는 사랑으로 응답하여 기꺼이 빛으로 산화(散花)하려고 한다.
짜라투스트라는 말한다:
"사랑한다는 것과 몰락한다는 것, 그것은 옛적부터 서로 일치하는 것이다. 사랑의 의지 그것은 또한 죽음까지도 기꺼이 원하는 것이다." (2)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랑의 의지는 "내" 사랑에 대한 '완벽한 인식'에서 나오며, '완벽한 인식'은 바로 사랑의 끝에 무(無)가 있음을 아는 것이고, 이런 인식이 가능할 때 기꺼이 그 무(無)를 감수하려는 '죽음에의 의지'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한편, 니체는 '위선적인 사랑'을 비웃는다. 그것은 모험을 감수하지 않고, '순수'를 원한다는 명분으로 지극히 계산적이어서 자신이 망가질지도 모르는 모든 위험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는 사랑이라고 비웃는다. 그는 이런 사랑의 소심함을 '고양이의 발걸음 같은 달의 소심함'에 비유한다.
"달은 고양이처럼 갈 때도 솔직하지 못하지 않은가...... 위선자(僞善者)들이여!...... 그대들은 실은 대지를 사랑하고 지상적(地上的)인 것(세속적인 것)을 사랑하고 있다....... 그대들의 사랑 속에는 꺼림칙한 양심과 수치가 있느니라----그대들은 달을 닮았다." (3)
죽음을 각오하고, 스스로를 기꺼이 더럽힐 수도 있다는 의지가 없는 사랑을 니체는 '아무것도 낳을 수 없는 것'으로서 저주한다.
"그대 더럽혀지지 않은 자들이여!...... 설사 그대들이 임신하여 배가 불러진 모습으로 지평선 (地平線)에 (몸을) 걸칠지라도, 그대들은 분만하지 못하리라. 그것이 너희의 저주 (Fluck)가 되리라." (4)
위선적인 사랑이 분만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식' 즉, '진실을 깨닫는 것'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우리는 과연 '사랑'이란 걸 할 줄 아는가? 그 대상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일(業)이든?
(1)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43
(2)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최승자 옮김, p.164
(3)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40
(4)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p. 142/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최승자 옮김, p.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