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끝난 뒤의 남은 전을 전부 모아 끓인 찌개>
어느 순간부터, 주변인들로부터 듣는 '이 영화 재미있다'라는 말은 해당 작품에 대한 칭찬이라기보다 경고처럼 들리곤 한다. 영화를 다루겠다는 사람이 대중과 지나치게 괴리되는 것에는 다소 부정적이지만, 이따금씩 대중적 시선과의 괴리로 인한 불안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야당>은 정확히 그 불안의 지점과 꼭 들어맞는 영화이다. 이 글의 제목에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는 명절이 끝나고 난 뒤의 전을 모아 끓인 찌개와 같은 영화이다. 이미 모두가 아는 그 익숙한 맛의 것들을 섞어서 한 데 모아 하나의 필름으로 완성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는 대중들이 좋아했던 요소들을 하나하나 모아 내놓겠다는 일종의 목적 의식까지 느껴진다.
대중을 상대로 한 영화가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영화를 만드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모아 만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영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검사를 악역으로 설정하는 영화는 이미 너무나 많다. 대표적으로 <부당거래>(2010)나 <더 킹>(2017)과 같은 영화들이 있겠다. 그리고 <야당>은 이미 증명된 흥행공식에서 드러난 정서를 그대로 이어내리고 있다.
어둠의 세계에 속해있던 인물이 자신이 믿는 이에게 배신당하고 정의의 편에 서 악인을 응징한다. 어디서 많이 본 내러티브라고 생각될 것이다. 당장 내게 있어서 뇌리에 스쳐지나간 영화는 <내부자들>(2015)이다. 권력과 재력을 가진 부잣집 도련님의 비뚤어진 행실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정의로운 형사가 이 뒤를 파헤친다는 내러티브 역시 익숙하다. 그렇다. <베테랑>(2015)이다. 이와 같이 영화는 기존의 클리셰를 답습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다.
문제는 바로 그 기시감에 있다. 언급한 영화들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이는 모두 '성공한 '한국 영화들이다. 전형적으로 한국 관객이 선호하는 코드들만을 모아놓은, 철저히 시장 논리에 맞춘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야당>만의 고유한 색깔은 어디에도 없다. 배합은 성공적이었을지 모르나, 어디까지나 배합물일지언정 창작물로 보이진 않는다.
다시 제목의 찌개 이야기로 시선을 돌려보자. 의외로 남은 전들을 그러모아 만든 찌개는 맛이 괜찮다는 소리를 듣는다. 잘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은 없다. 그 안에는 돼지고기, 동태, 고추 등 각종 식재료가 들어가 있으므로. 그러나 이를 좋은 음식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긍정하기 어렵다. 분명 <야당>은 300만이라는 높은 관객수를 동원하며 대중적으로는 성공한 반열에 들어선 작품일 것이다. 그러나 '팔리긴 한다'는 영화가 '좋다'라고 말하긴 어려운 순간이 있다. 그게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