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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1976) 이야기

<아메리칸 드림의 영상화>

by 조성현

"재능과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그렇게 약속한다. 당장 작중에 록키를 링 위에 올리기 위해 방송국의 고위 관계자가 내뱉는 말, '기회의 땅(Land of Opportunity)'은 아메리칸 드림을 집약한 단어이다. 독립기념일 200주년을 기념하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의 상대가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크리드는 '무명의 복서에게 기회를 주자'라는 아이디어를 방송사 고위직에게 제안한다. 고위 관계자는 이 제안을 듣고 흡족해하며 크리드의 손을 잡는다.


물론 이 '기회의 땅'이라는 단어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이벤트에 차질이 생긴 방송사와 크리드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대체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기 위해 꺼내어드는 허울좋은 핑계일 뿐이다. 그러나 이 핑계는 되려 주인공 록키의 도전정신에 불을 붙이는 트리거의 역할을 한다. 극을 진행시키기 위해 꺼내든 원론적인 말이 오히려 강력한 동기이자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아이러니한 순간이다.


되짚어보면, 록키는 이 아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 되기에 모든 적합한 조건을 지닌 인물이다. 밑바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프로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는 인물이며, 주변인으로부터 아까운 재능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또한, 사채업자의 수금원이라는 다소 불량한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선량한 마음을 잃지 않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 스스로 '난 밑바닥에서 수없이 많은 싸움을 했지만, 내 코는 단 한번도 부러지지 않았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다. 그를 지목한 크리드조차 예상하지 못한 잠재력이 그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잠시 우리의 시선을 영화 외부로 팬해보도록 하자. 록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다. 록키의 시나리오를 본 여러 영화사들이 판권을 사들이려했으나, 이 작품에 확신을 가졌던 실베스터 스텔론이 자신이 주연배우로 나와야한다는 조건을 걺으로 인해 제작이 지연됐던 일화가 있다. 당시 제작사들은 알 파치노와 같은 유명배우를 록키의 역으로 캐스팅하기를 원했으나, 오히려 그랬다면 <록키>의 가치는 희석되었을 것이다.


무명의 권투 선수가 자신에게 온 기회를 잡아 단숨에 슈퍼스타로 떠오른다는 이야기는 무명의 배우 실버스터 스텔론이 유명배우로 발돋움하게 된다는 메타 영화적인 시선에서 정확히 겹쳐진다. 말하자면, 영화는 그가 주연을 맡음으로 인해서 완성된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록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영화를 나열하자면 수없이 말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 미국의 어두운 단면과 좌절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 중에 <록키>와 같이 아메리칸 드림을 예찬하는, 그 원론과 신화를 말하는 작품을 생각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 예외성, 그리고 증명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아닐까. 가끔은 이와 같이 대중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높은 작품성과 함께 세상에 나오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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