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준비물: 사내 규정 시험공부

"그건 규정 위반이에요" 이 말 안 들으려면 지금부터 공부해야지 뭐

by gogogigi

복직 후 2주 차의 끝자락, 조용한 배제가 일상처럼 다가오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3주 차의 문턱에서, 사건은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나는 예정된 일정에 맞춰 관련 내용을 정리해 담당자들에게 공유했다. 통상적인 업무였다. 그런데 그날 오후, 한 명의 상사에게서 돌아온 회신은 통상적이지 않았다.

“업무 자체를 바꾸는 걸 고민해 보라.”

평소 ‘책임감 있게 일한다’고 말하던 내 태도가, 이번에는 설득력을 잃었다는 평가였다. 그것도 질의응답이 아닌 단정과 훈계의 어조였으며,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그는 단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이미 해당 일정과 문서 구분을 여러 경로로 명확히 설명해 왔고, 구두로도 재차 전달했었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선 피드백이었었고, 본인이 서류를 제대로 읽지 않아 오해한 거였다. 그리고 바로 그날, 사무실 어딘가에서 ‘비공개 면접’이 진행됐다. 내가 속해있는 팀 단위의 중간 관리자급이었다. 공식 채용 공고도 없었고, 주변 누구도 그 일정을 미리 듣지 못했다. 면접자에겐 ‘윗선의 지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그날의 피드백은 단순한 업무 관련 의견이라기보다 ‘명분 쌓기’ 같았고, 동시에 진행된 면접은 그 명분의 목적지를 암시하는 듯했다.


며칠 뒤, 다른 상사가 또 다른 메일을 보냈다. 내가 정리한 내용을 팀원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요청한 방식이, 마치 ‘나는 여기까지만 할 테니 나머지는 당신들이 하세요’처럼 보였다는 지적. 그리고 그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는 메시지.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그 주 수요일, 나는 진료 일정으로 연차를 냈다. 시스템 오류로 인해 결재라인에서 그가 누락되었고, 그 결과 병가의 주요 원인이었던 그는 다시 한번 공개된 공간에서 나를 비난한 뒤 자리를 떠났다. 나는 다시 해명했고, 다시 사과했다.

연차를 쓰는 데도 해명이 필요하고, 메일을 보내는 데도 경고가 날아들고, 매일 아침 내가 여기 존재해도 되는지를 확인받아야 하는 이 일터. 어느새 나는 ‘투명한 사람’에서 ‘퇴출 후보자’로 옮겨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버텨보자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지쳤다. 이대로라면 다시 건강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나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참는 것’이 능력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버틴 자리에 남는 게 꼭 생존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퇴사. 그 두 글자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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