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의 정적, 그건 아마도 채용 비수기 때문일 거야...
주말이었다.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밤새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회사 생각으로 뒤덮여 있었고 그 불안과 분노는 결국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으로까지 번져버렸다.
‘정말, 이렇게까지 버티며 다닐 가치가 있는 곳인가?’
문득,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처음으로 그 질문에 "아니"라는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버티는 것이 반드시 미덕은 아니라는 걸, 남아 있는 자리가 곧 생존은 아니라는 걸, 마침내 인정하게 된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인사권을 쥔 임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퇴사 의사를 먼저 전했고 공식적인 인사는 다음날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동료들에게 알리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부서질 것 같았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여전히 남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월요일.
회사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했고 별다른 예고 없이 정례 회의 자리에서 나의 퇴사가 공지되었다. 사람들은 놀랐다. 몇몇 동료들은 조심스럽게 연락을 해왔고 나는 그저 담담하게 “그렇게 됐어요.”라고만 답했다.
그날 오후, 퇴사에 관한 간단한 면담이 있었다. 의외로 담담하고 짧게 끝난 대화였고 인수인계할 일이 많지 않았던 탓에 퇴사일은 그달 말로 금세 정해졌다. 이상하게도 퇴사 의사를 밝힌 이후 그토록 나를 조이는 말들과 감정의 기싸움을 걸어오던 사람은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조용한 무시.
오히려 그 편이 편안했다. 시끄럽고 불편한 침묵보다는 완전한 단절이 차라리 나았다. 그 후로 남은 건 퇴사까지의 2주. 계획된 이직이 아니었기에 나는 탈출하듯 회사를 벗어난 뒤 곧바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이력서를 다듬고 채용 공고를 매일 확인하며 지원서를 보냈지만 한여름의 채용 시장은 조용했다. 답은 없었고 연락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불안이 몰려왔다.
“이직이 안 되면 어쩌지?” “이 선택... 너무 성급했던 건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선택이 필요한 결단이었다고 믿는다. 그 회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고 그 공간에서의 하루하루는 조용히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이익 계산기들 틈에서 내가 무엇을 더 버틴다고 내가 나로 남을 수 있을까.
물론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확정된 다음 스텝 없이 회사를 나온다는 건 누구에게나 불안한 일이다. 하지만 아무 대책도 없이 버텨왔던 지난 시간보다 이 결단은 절박함 속에서 꺼낸 나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감이었다.
오늘, 그 결정을 내린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잘했어. 넌 충분히 참았고, 결국 결단했어. 지금은 그걸로도 충분해.”
그리고 나는 그려본다.
언젠가 미래의 내가 그날의 나를 떠올리며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있기를.
지나고 나면 이 모든 혼란이 나를 위한 최선이었기를.
그리고 이 날들을 술안주 삼아 웃을 수 있기를.
라떼는 말이야... 새로고침만 하다가 여름 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