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금요일의 아이

“빗소리에 묻힌 어린 마음의 이야기”

by 앤희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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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내가 다니던 학교엔 늘 금요일마다 미술 시간이 있었다.

그날만큼은 조금 특별한 날 같았다.

아침 일찍, 나는 두 손 가득 스케치북과 팔레트, 물감을 들고 등굣길을 걸었다.

가방 안에 쏙 들어갈 법한 준비물들이었지만, 어린 내게는 꽤 무겁고 버거운 짐이었다.

신기하게도 내 기억 속 금요일은 언제나 비가 왔다. 학교가 끝나면, 정문 앞엔 엄마들이 우산을 들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풍경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늘 바쁘셨고, 나는 늘 혼자였다. 작은 머리 위로 준비물을 얹고 빗속을 달려가던 기억. 물이 들이치던 운동장과, 옷자락에 묻은 물감 냄새, 그리고 어린 마음에 스며들던 약간의 서운함.

그래서인지 나에게 ‘비 오는 날’은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따뜻한 기억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엄마가 내 곁에 없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비를 맞으며 달리던 그 작은 나를, 엄마는 늘 마음 한켠에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 지금은 다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내 곁에서 든든한 우산이 되어준다.
차가운 빗방울을 막아주는 손길이 되고, 내 무거운 마음을 감싸주는 포근한 그늘이 된다.

그 사랑은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천천히 녹여내고, 비 오는 금요일마다 나는 그 사랑 속에서
조용히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가끔은 빗소리에 마음을 맡긴 채,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길 위를 함께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길 끝에는 언제나 따뜻한 우산과 손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비가 내리는 금요일, 그날의 나는 오늘도 빗속을 걷는 ‘비 오는 금요일의 아이’다.

그 누구보다도 조용하고, 묵묵하며, 따뜻한 아이.



"빗소리는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을 깨우고, 그 기억은 내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조용히 알려준다."


어느 날의 외로움과, 그 속에서 자라난 나만의 용기. 비는 그 모든 것을 데려와 조용히 내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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