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생활은 언제부터인가 피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빽빽한 고층 건물, 끊임없는 소음, 그리고 반복되는 하루.
그 속에서 문득,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창 앞에서 ‘시골 빈집’을 검색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골 빈집 구하기’, ‘시골 빈집 무료임대’, ‘시골 빈집 은행’이라는 단어들을 하나씩 눌러가며 현실과의 접점을 찾고자 했다.
그렇게 알게 된 ‘시골 빈집 은행’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자체가 협력하여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된 느낌보다는 실질적인 수요자를 위한 정보 중심의 구조였다.
실제로 사이트를 살펴보면, 지역별 매물부터 조건 검색, 주택 상태에 대한 사진과 설명까지 제공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무상임대’라는 조건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몇몇 매물은 정말로 연간 10~20만 원 수준의 사용료만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고, 이에 더해 리모델링이나 개보수에 따른 일부 지원도 가능하다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빈집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시골의 빈집을 구해볼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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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곳은 전라남도 곡성의 한 마을이었다.
지도에서 보면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사진으로 본 그 집은 오래됐지만 구조가 단단해 보였고, 무엇보다 마당이 넓고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담당 공무원과의 통화는 예상외로 친절하고 상세했다. 필요 서류, 접수 절차, 방문 일정까지 모두 차근차근 안내해주었고, 몇 번의 이메일과 전화 끝에 직접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곡성은 도착하자마자 속도가 달랐다. 마을 입구부터가 서울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달랐고, 그 안에 들어서자 ‘조용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고요함이 감돌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매물로 나온 집은 예상보다 낡았지만, 전통적인 구조와 기초적인 설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이장님이 직접 나와 집을 소개해주시는 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 집, 오래됐지만 아직 쓸 만합니다. 정만 붙이면 괜찮아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보일러는 교체가 필요했고, 수도와 전기 상태도 점검이 필요했지만, 뼈대가 튼튼하고 마당까지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현장에서 바로 임대 의사를 밝혔고, 이후 진행은 군청을 통해 신속하게 이뤄졌다.
시골 빈집 은행을 통한 계약은 일반적인 부동산 계약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행정기관을 통해 이루어졌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진행되었다. 임대 조건은 연간 12만 원. 사실상 무상임대에 가까운 조건이었고, 전입 신고와 관련된 서류만 잘 준비하면 누구나 가능했다.
정착 후 몇 주는 적응기였다. 전기 배선 정비, 수도 연결, 창문 교체, 지붕 방수 작업 등 기본적인 수리에 며칠이 소요되었고, 그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이웃들도 점차 말을 걸어왔고, 어느 날은 연장을 빌려주기도 했으며, 또 어떤 날은 저녁을 함께하자는 초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일상은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당에서 일하고 있으면 지나가던 이웃이 말을 건네고, 텃밭을 일구다 보면 지나가는 어르신이 농사 팁을 전해주는 그런 삶.
바쁘고 빠른 대신, 깊고 넉넉한 시간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쏟아질 듯 보이고, 해가 지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퍼지는 마을. 시골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나를 품었다.
서울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의 흐름과 인간적인 관계가 이곳에는 있었다.
시골 빈집 은행은 단순히 부동산 플랫폼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리셋’을 가능하게 하는 출입구였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데이터와 절차는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지역 담당자의 친절한 대응은 이주를 결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모든 빈집이 사용 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어떤 집은 수리가 많이 필요했고, 어떤 지역은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조차도 감수할 만한 삶의 질이 이곳에는 있었다. 조건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한다면, 누구든 이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골 빈집 은행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시골 빈집’이라는 단어가 검색어가 아닌 현실이 되었다. 도시에서의 속도를 뒤로하고, 나는 깊이를 선택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처럼 문득 ‘다른 삶’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먼저 ‘시골 빈집 은행’을 방문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집들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삶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