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을 묻기에 소확불로 답했습니다.
매 순간에 행복해라고 감사할줄 아는 사람이기에 일상 속에서 행복을 쉽게 정의하는 삶을 살긴 한다. 우습게도 이런 삶의 태도는 작지만 확실한 불행을 이벤트로 여기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씩 웃고 넘길 정도로 가벼운 불행들은 말그대로 내게 ‘이벤트’ 또는 해프닝에 불과하기에 매일 쓰는 투두리스트에 메모를 해둔다. 일희일비하는 내가 매일 겪는 ‘소확행’과 ‘소확불’들을 적으며 나의 순간적인 판단과 직관을 반성하고 성급히 내린 결론들에 대한 감정들도 되짚어본다. 마냥 스스로를 꾸짖기만 하는 건 아니고 한편으론 나의 단순함을 긍정하는 장치로도 이용한다. 나를 더 이해하고 좋아하는 또 하나의 방식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의 소확불들은 조금 따갑다. 그거 알지? 고양이 발톱으로 약하게 긁히는 생채기, 혹은 복사용지 날에 살이 엷게 베이는 그런 상처들. 무던히 흘려보내던 짜증들은 고작 몇 분이면 나아졌지만 얕은 베임과 패임, 어느새 상처라고 의식하는 시간들이 늘고 늘어 나의 하루 일과로써 모이고 있다. 1시간째 애착을 가진 물건을 잃은 불행에 벗어나지 못한 채로 슬퍼하는 나. 지금 내가 느끼는 불행은 분명히 아프기에 이것은 상처일 것이다. 아무래도 감정이 실린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요즘 많았던걸지도 모르겠다. 나의 귀여운 소확불들,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소한 불쾌함들이 내게 상처와 흉터를 남기지 않길 바랄 뿐인데 그것마저도 쉽지않군.
글을 맺을 쯤이 되니 떠오르는 존 레전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행복과 평범한 불행들로 가득한 평범한 삶. 이제 나도 평범한 취준생의 평범한 일과로 돌아가야겠다.
*덧.
내가 얼마나 사사로운 것들로 행복(보통은 단기적인 기쁨, 환희)해지고 불행(얕고 부정적인 감정들)해지는지 지난달의 목록 몇 개를 가져와봤다.
*덧2 ,
내일의 내가 비니를 찾을 수 있길 바라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