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봤는데 안 바뀌는걸?
우리는 종종 대화 속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내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감정을 담아 호소해도 상대는 여전히 자기 입장만 고수한다. 그러면 결국 마지막 카드처럼 꺼내는 말이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
하지만 과연 상대가 내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내 경험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상을 본다. 마찬가지로 상대도 그의 경험과 믿음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내가 아무리 내 입장을 세련되게 꾸미고 정리해 보여줘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상대의 머릿속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이 이루어진다. 같은 언어로 말해도, 같은 감정을 표현해도, 듣는 사람의 필터를 거치면 뜻이 달라진다.
특히 생각이 정반대인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서로의 전제가 다르고,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면, 내 입장을 아무리 힘주어 말해도 그에게는 외국어처럼 낯설게 들릴 뿐이다. 마치 추운 겨울날 “더우니까 창문 좀 열자”는 말을 듣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나는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상대는 황당해할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입장을 바꿔보라’는 강요가 아니라, 입장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일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쓸데없는 설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때로는 입장을 바꿔보라는 말 대신, 그냥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낫다.
“우리 생각이 많이 다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