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숨을 고르다.

10년 만에 고향에 왔다.

by 쿠요

잠시 글을 멈췄다.

숨고르기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작년부터 브런치에 계속해서 글을 썼다. 처음에는 단순한 동기로 글을 썼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니엄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시간들이 나만 기억되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 어떤 형태로든 남겨놓고 싶었다.


- 20대부터 시작해서 전혀 다른 길을 가던 내가 지금은 왜 지니엄에서 파티쉐로 디저트를 만들고 경영자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지.


- 지니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별 것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첫 모습이 대체 어땠는지.


- 9년이란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떻게 가치를 확립해 왔었는지.


그렇게 쌓아온 우리의 시간을 다 적어놓고 나니 잠시 숨을 쉬고 싶었던 걸까. 글이 마무리 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했기에 중간 중간 쓰고 싶은 글감들이 많아 몇 번 끄적였지만 이내 다시 접었던 것은 도무지 솔직한 글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그 한 달 사이 나는 여전히 행복했고, 좌절했고, 무서웠고, 우울했고, 또 감사했다.


지난 날들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마음의 구름들이 내 안의 빛들을 가려놓을 때, 나는 때때로 내 안에 빛이 없어졌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늘 그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잊지 말자. 내 안에 빛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저 지금 마음의 구름들이 그 빛을 가려놨을 뿐이라는 것을. 그걸 다시 깨달을 때 나는 다시 글을 적기로 했었다.





대전에 왔다.


해야 할 것들은 많았고, 준비하고 있던 것들도 많아서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것 보다 집에서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게 더 급할 것 같은데 지금 대전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맞을까.


그러나 이내 마음을 정했던 건, 결국 환기가 잠시 되었을 때 나는 작업을 더 잘 마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0년 넘게 가고 싶지 않았던 대전을.. 그 세월만큼 함께한 오랜 친구와 왔다.


나는 대전이 슬펐다.

부모님, 지도교수님. 20년이 넘게 추억이 서려있는 대전이란 장소에 소중한 사람들이 전부 떠나가 있는 그 공간에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아마 나에게 선택지가 있었다면 대전에 오지 않았겠지만, 약간 떠밀리듯 대전행을 결정하게 되었던 지금 나는 오길 잘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마주한 이 곳은 10년 넘는 시간 동안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내가 아는 모습들이 남아있었다.

그게 나에게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많이 변하더라도, 여전히 소중한 기억이 순간들이 그 안에 녹아들어 남아있을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일까. 어쩌면 나는 내가 아는 모습들이 전부 사라져 버렸을 거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던 지도 모르겠다.


막상 마주하고 나니,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지니엄의 내부설명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9년을 돌아보며 걸어왔던 방향들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9년을 다시 꿈꾸려고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비록 9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익숙하고 친숙한 나의 고향의 모습처럼, 계속 도전하고 변화될지라도 결국 포기하지 않는 한 그 안에 지니엄이라는 본질은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설레었다.


경험할 수 있는 한, 계속해서 부딪혀봐도 괜찮다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