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의 월례모임
"대표는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방향과 대표의 생각을 설득시켜야 한다. "
5인 미만 사업장의 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런 나에게 구성원들과 함께 협력하기 위해 대표로의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라고 한다면 단연코 내 생각을 설득시키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배를 움직이고 있는 선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함께 공유해 주지 않는다면 배를 함께 탄 선원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그럼. 맞지 맞지. 어린 시절의 나는..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카리스마 있는 선장이 있다면 참 좋겠다라고 고개를 끄덕였었는데... 정작 내가 선장이 되고 나니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아니 꽤 어렵다는 것을 뼛속 깊이까지 깨닫게 된다.
첫 번째 이유로는, 정작 대표인 나와 커요조차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로는, 섣부르게 말할 수 없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불안해할 걸 알지만, 그럼에도 전체 상황을 보기 위해 그저 기다려달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때.
그런 이유들로 무언가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때면..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가 작아지게 되는 걸 느낀다. 작아지는 스스로를 부정하고 부정하다가, 그러다 결국 인정하게 되는 건 이 모든 문제는 리더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사실이었고, 그 사실을 인정하면서부터 나는 다시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해나갈 용기를 얻게 된다.
어유유라는 쿠키가게를 정리하기로 했던 2025년 8월.
그 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안에서의 해석을 통해 결정을 내렸고 그대로 일을 진행시켰다. 그렇게 2025년 하반기는, 어유유라는 가게를 잘 정리하기 위한 시간들로 보냈고 동시에 앞으로 변화하게 될 지니엄커피하우스의 모습을 세팅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 가게가 막을 내리고 한 가게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격동기 같은 시기였달까. 인테리어 공사라던지, 크게 눈에 띄게 바뀌는 변화는 없었을지라도 내부적으로는 파도가 몰아치는 것 같은 시기였다.
그 시기에 느꼈던 점은...
격동기에, 대표는 참 외롭구나였다.
아직 정리되지 않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이 시기에 우리조차도 확신을 줄 수 없고 아직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가 없으니 그저 믿고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마도 그만큼 함께 곁에 있을 구성원들은 더더 불안하고 긴장되지 않았을까. 미안할 다름이다.
작년 11월 어유유가 정리되었고 구성원들에게는 3월을 이야기했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어유유가 정리되는 잔재들이 계속 남아있을 거라 예상했고, 2026년 1월과 2월에 보이는 숫자적인 예측들이 앞으로 지니엄의 방향을 추진해 가는 데 중요한 기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짝 긴장감이 있게 1,2월을 보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구성원들에게 대표의 생각을 정리해서 보여줄 준비를 했다.
지난 8년 간의 데이터를 모았다.
2017년부터 2026년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매출 데이터를 다 모았고, 상품, 객단가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들을 전부 모았다. 2026년 앞으로 지니엄이 가야 할 방향성을 계속 커요와 논의했고 그렇게 선택하게 되는 근거들을 모았다. 그 누구보다 가장 먼저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건, 우리의 구성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보여주고 싶었다.
지니엄의 대표는 즉흥적일 수는 있지만, 충동적이진 않다고. 지난 8년 동안 우리가 해왔던 선택들과 그 선택의 이유들을 보여줌으로 새롭게 지니엄의 모습을 같이 꿈꿔가자고.
8년 간의 데이터를 모아 년 별로 그래프를 그렸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더 놀랐던 건, 우리가 '그럴 것이다.'라고 막연하게 느낌적으로 말해왔던 것들이 대부분 숫자로 설명된다는 사실이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토대로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지난 2달 동안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변화들을 좀 더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진작 이렇게 할걸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데이터 역시 시간이 쌓여야 하는 법. 덕분에 지난 8년의 데이터가 쌓인 셈이니 귀하디 귀한 자료들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한 브랜드의 성장과 선택들을 데이터화해서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우리는 매 달 한 번씩 모이는 월례모임이란 시간이 있다.
어유유를 정리하기로 한 시점에는 월레모임이 떠나는 팀을 위한 회고로 이루어졌다가, 이제는 새롭게 팀이 만들어졌고 그 팀과 함께 다시 앞으로의 미래를 의논하고 바라보는 시간으로 출발하고 싶었다. 그게 3월 첫 번째 월례모임 시간이었고 이 날 2시간가량 지니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2017년 우리의 시작부터 우리가 겪은 2023년의 위기, 2024년의 분리, 그리고 어유유를 정리하게 된 이유까지. 이 모든 걸 설명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지난날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숫자를 통해 명확하게 발견하고 앞으로는 그 부분들을 개선해서 건강한 수익구조를 만들고 함께 성장해갈 환경들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대표의 생각을 투명하게 보여줬다.
2026년은 지니엄이 꿈꾸는 모습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해가 될 거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정말 지니엄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발표자료에 이 말을 넣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소망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 해 나가세요."
해보자. 또다시 어떤 어려움이 올지라도, 또 어떤 산에 부딪히게 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