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수학교사, 파티시에, 그리고..?

당연해 보이는 말도 내 머릿속에서 당연하게 연결되진 않는다.

by 쿠요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최근 몇 달간 내게 생긴 변화는, 정성적 표현뿐인 말에서 정량적 표현의 말들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8년 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유유라는 가게를 정리하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건 그간 쌓아왔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첫째로 시간이 생겼다.

아무리 바빠도... 이전에 가게를 두 개 할 때만큼의 시간보다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바로 집중했던 건 지난 8년 간의 데이터 확인 및 대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행동하는 것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제과를 만들어내는 실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었다. 물론 그 부분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이제 레시피를 보는 시각이 생겼고 옛날만큼 신메뉴를 만들어 내는 게 부담스럽거나 고통스럽진 않다.


'하면 되지.'


그 생각에서부터 여유가 조금 생겼다고 할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겠지만 결국 나는 할 테니까. 그렇게 8년 동안 쌓인 경험적 자산이 컸다.


둘째로 맛을 함께 논의하고 맡길 수 있는 쉐요가 있다.

물론 아직 맛을 구현하는 부분에선 많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겠지만, 맛을 경험한 스펙트럼이 워낙 넓고 잘 알고 있으며 욕심도 있다. (쉐요와 맛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앞으로가 기대가 된다.) 그러니 나 역시도 나만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달까.


아무튼, 그렇게 생긴 시간으로 새로운 계획들을 시도해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사업화시키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몇 번이나 엎고 다시 쓰고를 반복할 무렵 간단한 스토리라인을 짜던 도중 딱 막힌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자기 역량기술서.


음...

공대생.

수학교사를 했어.

그리고 지금 파티시에를 해.


그런데... 지니엄이 앞으로 집중하게 될 커피사업 쪽으로는 어떻게 연결을 시켜야 하지?


'차라리 내가 커피를 하고 있었다면 이야기를 엮어내기 더 쉬웠을까?'


간단한 로직 앞에서 고민하기를 잠시 멈췄던 어느 날.

사업계획서를 체크해 주시는 대표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던 도중이었다.


"그런데 저는 공대생과 수학교사를 풀어냈던 그 대목이 인상에 남았어요."

"아 진짜요?"


거기서 순간 멈칫.


"혹시, 왜 그 부분이 인상 깊으셨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흥미롭잖아요. 그 사실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저는 그게 지금 제가 제출하려는 사업계획과 연결고리가 잘 안 지어져요."


"아니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할 말이 있어요. 기술적 접근과 사업적 접근으로 구분해서 생각해 봐요. 기술적 접근으로 성공했던 케이스가 있기에, 이제 그다음으로 사업적 접근으로 진행하겠다로 엮어가봐야죠."


"....!"


단순한 로직인데,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의 전환.

아 역시 나는 여러 사람들과 소통해서 생각을 넓히는 게 너무 좋다라고 생각하게 된 하루.


"감사해요!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와요!"


당연해 보이는 것도, 내 머릿속에서 당연하게 연결되진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올해 사업계획서를 잘 작성해서 꼭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 보고 싶다. 가야 할 길들을 먼저 걸어가 보고, 나를 도와줬던 사람들처럼 내 주위의 사장님들도 많이 많이 도와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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