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를 쓰고 난 후의 이야기

아버지의 빈자리

by 쿠요

막상 브런치에 나의 20대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기 시작하자 기억 한 편에 묻어뒀던 감정들이 하나 둘 씩 선명하게 꺼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어연 16년.

내 기억 속에서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여전히 살아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래도 내 곁엔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일까.

“아 그렇게 힘들지 않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시간을 보냈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는 딸과 엄마라는 사무치는 관계 속에서 느끼는 빈자리가 너무 커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미처 느끼지 못한다 생각했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말해도 눈물을 잘 흘리지 않게 되었던 지난 몇 년이어서 이제는 다 받아들였구나 생각했었는데,

글을 통해 갈수록 선명해지는 나의 어릴 적 기억들 속에서 선명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아버지의 자리가… 갑자기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 커다란 기둥이었구나.


어쩌면 나는 그동안 아버지의 빈자리가 내게는 그리 크지 않았을거라 애써 외면했던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사무치는 그리움에 남편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평소에 어머니가 보고 싶어 울 때는 있지만 아버지가 보고 싶어 운 적은 없었는데 이 날은, 아버지와 남겨놓은 추억이 없다는 사실이 슬퍼서 울었다.


나의 기둥이었던 아버지의 조언은

나의 20살에서 멈췄다.


그게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잘 알지도 못했던 어린 나이에 멈춰버린 사랑에 어리둥절하다가 지금에서야 사무친 그리움에 울었다.


대학을 졸업하는 그 순간에도, 나의 길을 수없이 바꿔왔던 순간에도, 결혼을 하는 순간에도, 아버지가 계셨다면 어떤 말씀들을 하셨을까.

사진을 남기지 못한 그 시절이 그립다.

목소리를 남기지 못한 그 순간이 그립다.

나는 해 드린 게 없어서 슬펐다.

지금의 나라면, 진솔하게 충분히 감사와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을텐데.


그럴 수 없던 시간이 슬펐다.


그래서 다짐했다.

좋은 부모가 되겠다.

내가 부모님에게 해 드린 게 없는 만큼,

내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내리사랑이라 했으니 내가 갚고 싶은 사랑을

내 자녀에게 흘려내보리라.


갚을 수 없는 사랑을

내 이웃에게 흘려보내리라.


아버지의 빈자리를 마주하며 다시 그 그리움을오롯이 받아들이고 또 살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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