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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살MJ Jan 07. 2024

3일이라는 시간은 받아들임의 시간인가 보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아빠가 돌아가신 지 4개월이 지났다.

지금도 문득문득, 못해도 하루에 한 번은 아빠 생각이 난다.


3일이라는 장례 기간은 이별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시간인가 보다.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관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얼굴을 보았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내 손으로 직접 얼굴을 덮어드리고, 관에 들어갈 때 내 힘을 보태어 밀어드린 순간에도 끊임없이 눈물이 났었다. 장례 기간에 내내 울기만 한 건 아니었다. 웃을 때도 물론 있었다. 너무 많이 울어서 그런가, 지인이 왔을 땐 오히려 담담하게 웃기도 하고 가벼운 농담도 서로 하기도 했다.


3일이 지나고 화장까지 끝마치자 온 몸에 기운이 빠졌다. 머리로는 아빠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였지만 마음으로는 여전히 힘들다. 장례 이후 한 달은 매일 펑펑 울었다. 자취방에서 잠들기 전마다 아빠의 여러 모습들이 생각나서 펑펑 울었다. 지금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눈에 눈물이 맺힌다. 아빠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장난기 가득했던, 나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다. 아빠와의 통화 녹음이 두 개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더 많은 사진이, 더 많은 동영상이 없는 게 아쉽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 더 많이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아빠가 의식을 잃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맺혀있다. 새해가 되면 아침 일찍부터 우리를 깨워서 절을 하라고 시키시곤 했는데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2024년 1월 1일이 허전하다. 내 생일날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해서 생일 축하한다고 거듭 말해주시곤 했는데 2024년 생일엔 그렇지 못하겠지. 주식으로 돈 많이 벌어서 본가에 놀러 오면 하루에 백 만원씩 용돈으로 주시겠다던, 허무맹랑한 농담도 이제는 못 듣겠지. 퇴근 길마다 통화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이야기하곤 했는데, 지금 내 퇴근길은 너무나도 허전하다. 


나에게 아빠가 없다는 것이 정말로, 머리로는 정말로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아빠 번호를 누르면 받을 것 같고, 본가에 가면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앉아 계실 것 같다. 그저 바빠서 본가에 오랫동안 못 내려가고 있을 뿐이지, 당장 내일이라도 본가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못 보냐고...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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