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6

뫼비우스의 띠

by 교희

나이 차이가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일찍 아빠를 잃은 라나는, 어둡지만 마음속 어딘가 뭔가를 채워주는 h가 점점 좋아진다..


얼마 전 휴무를 목요일로 바꾼 h는
아침 10시가 넘어서도 아직 잠을 자고 있다..
줄리는 h를 위해 좋아하는 고갈비를 구워 정성스레 아침상을 차려두고 한창 연습 중인 이번 작품 "성냥팔이 소녀의 귀환" 연습을 위해 요즘 단원이 많이 늘어 분위기가 훈훈한 극단으로 발길을 돌린다..
여하튼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겠지?
그런 마음에 줄리는 행복하다..
줄리가 나간 뒤 h는 TV 채널을 돌리지만 머릿속은 딴생각이다..
줄리와 관계를 끊으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정해진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h는 여자라는 존재가 이제 무의미하다. 가만히 있어도 새로운 여자가 생기고 헤어지고 그런 것이 반복돼서 인지 말이다.
여자가 못하면 자신이 잘했고, 여자가 잘하면 자신이 못했다. 27년을 살며 말이다.
뫼비우스의 띠...
머리가 복잡하다..
h는 뜨거운 욕조에 몸을 쑤신 후, 성냥 머리를 갑 적린에 그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폐에 가득 차도록 들어마신 연기를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공중에 찔러 넣었다.
왠지 욕탕의 수증기와 담배 연기는 서로 알아볼 수 없는 육체와 영혼처럼 그렇게 조금씩 창문 틈새로 빨려나갔다.
오후 1시가 돼서야 물에서 나온 h는 수염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신경 써 옷을 입은 뒤 아직 젖은 머리칼 물기를 바람으로 때리며 택시를 탄다.
그리고 기사에게 미래여고로 행선지를 주문한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