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진동소리가 시끄럽다. 지진이라도 난 듯 드르륵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예상되는 단톡방의 다음 모임 참석여부를 묻고 회원들의 가능여부를 답하는 소리였다,
어느 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직군의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과 어울려 인생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 사람들만 만나면 내가 그들의 다양성을 모두 가지고 올 것 같았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가입한 친목 모임에서 열댓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사업을 하는 사람, 영업을 하는 사람,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 배우는 사람, 회사원 정말 다양했다. 첫 만남에서 나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다. 여러 업종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가볍게라도 그들의 업무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직군의 걱정과 좋은 점을 알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의 모임이 지난 후 한두 명씩 모임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든 건 다섯 번째 모임에서였다. 모임의 회장과 절친인 여자가 내 옆에 앉아 알맞게 익은 고기를 집어 먹으면서 말했다.
“옷을 왜 그렇게 입고 왔어? “
”네? “
”옷을 나처럼 입어야지. “
나처럼은 찢어진 통 넓은 청바지에 반짝이가 반은 차지하고 있는 티셔츠 옷차림이었다.
”이렇게 입고 근무를 어떻게 해요?저는 퇴근하고 바로 온 건데. “
나는 즐겨 입는 정장 치마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상반된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 옷에 대한 공격은 모임이 끝이 날 때까지 이어졌다. 무척 기분이 상한 상태로 모임을 끝내고 집에 와서 내가 이 나이 먹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나름 옷 잘 입는다는 자부심도 있었던) 지적을 듣는 이런 모임은 두 번 다시 가지 말아야지 했다.
그 며칠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안해. 그날 내가 너무 했던 거 같아. “
"?"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는 골프모임에서 다른 사람에게 옷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그때 내 생각이 났고, 내가 얼마나 화가 났었을까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마음의 허방에 빠졌다 아무 일 없었던 듯 나온 것 같았다.
누구나 실언은 하는 것이고, 사과를 하는 건 누구나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마음이 살짝 녹는다.
진동소리가 여전히 시끄럽다. 시끄런 마음을 이제는 잠재워야겠다.
“참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