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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Nov 07. 2022

다시의 시작

언니가 지역 문학제 신인 문인으로 선정이 되면서 출판기념회 및 시상 날짜를 전해주었다. 날짜는 초록이던 나뭇잎이 며칠 사이에 제각각 고운 빛을 뽐내며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 11월 초다. 나도 그 시선의 무리에 합류하고 싶은 딱 좋은 토요일.


작년에 수술로 때를 놓쳐 올해 9월부터 단풍구경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중이었다. 일주일만 지나면 내년에나 단풍 눈호강을 해야 할 것 같은 주말여행을 삶의 낙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좀 아쉬운 행사 날짜였다. 단풍잎이 다 떨어진 다음 주가 행사일 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기적인 생각을 잠시 했다.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미리 예약한 화원에서 꽃다발을 찾아 자가용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기념회 장소로 향했다. 언니는 20대 때부터 시와 동화를 써온 작가이고 그동안 써온 시와 동화를 올해 3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보였다.


우리는 사진 찍기 좋은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수상자로 나오는 여섯 분을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수상자들은 각자 소감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결혼을 하고 시골로 시집을 와 농사를 짓다 뒤늦게 풀과 흙이 말을 걸어 주어 시인이 되셨다는 분. 마음이 복잡할 때에 한 문인으로부터 시를 써보라는 제안을 받고 쓰기 시작하셨다는 분. 이 두 분은 환갑이 넘었는데 젊어서 문학을 하다 다시 시작하셨다는 분들이셨다.


나는 왜 뭐든 때가 있고 그때는 젊어서부터 이어서 해야 한다고, 하다 만 것은 더 이상 재능이 없는 것이라고 단정 짓고 다시 시도조차 안 했을까 생각했다. 다시 무엇을 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실패란 것이 동반되어 멈췄었던 일이면 더욱더 말이다. 다시 시작하길 주저했던 나에게 오늘 출판기념회의 참석은 그 어떤 단풍의 색보다도 화려하게 마음을 물들였다.


때라는 것에 포기하며 실패란 것에 데기 싫어 다시란 것에 시도조차 안 하고 있던 나에게 반기를 들어 본다. 모든 다시의 시작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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