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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Jan 17. 2022

망고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망고가 온건 작년 여름 어느 날이었던 거 같다. 망고는 회사 아래층 식당에서 키우는 개 이름이다. 망고의 첫인상은 누렁이에 가까웠으며 털은 빠진 것도 아니고 난 것도 아닌듯 했기에, 망고라는 상큼한 과일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느꼈다.


회사 건물 뒤 공영주차장은 망고의 주 놀이터였다. 망고는 목줄 없이 다니며 가끔 짖기도 했다. 하지만 위협적이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을 잘 따랐기에 개를 좋아하는 직원들은 간식을 사다주곤 했다. 나는 개를 딱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 별 관심이 없었다.


내가 신경 쓰기 시작한 건 망고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부터였다.
"망고 어디 갔어요?" 내가 묻자

"망고 집에서 안 나오던데." 직원이 대답해 주었다.

망고의 집은 나의 주출입로인 후문에 있었는데 난 점심을 먹고 들어오다 허리를 숙여 망고를 찾았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눈만 껌벅거리는 있었는데 듬성 보이는 털 때문인지 세상 불쌍해 보였다. 그때 식당 주인아저씨가 나오시는 걸 보고 내가 물었다.


"망고 어디 아파요?"


망고의 시무룩함의 원인은 같은 건물 코너 주차장 입구에 쿠키 집이 새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단다.

아니 쿠키 집과 같이 온 개 때문이란다.
"왜요? 그 개는 줄에 매 있는 거 같던데.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망고가 아주 어렸을 적에 쿠키 집 개 정도 되는 개에게 호되게 물린 적이 있어 그 트라우마로 자신보다 큰 개를 보면 무서워한다고 했다.
사무실에 올와서 직원들에게 얘기를 하니 쿠키 집 개는 성대 수술로 짖지 못하고 걷지를 못하는 장애견으로 젊은 여사장이 안락사 직전에 데리고 온 반려견이란다. 망고는 보이는 크기만 보고 미리 겁먹었던 것이다.

 

얼마 후 망고가 다시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고 쿠키 집으로 가보니 개가 보이지 않았다. 쿠키 집 사장이 망고 얘기를 우연히 듣고 망고가 불쌍해 집에서만 키우기로 했다는 거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두 마리가 같이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 끝난 이야기다. 언제 다시 망고가 집으로 숨을지 모르는 일이다.


망고가 자꾸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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