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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더하기 Feb 10. 2022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어

아~ 왜 이런 착각을 했지?


새벽에 두어 번 떠진 눈에 휴대폰 잠근 버튼을 풀고 잠들기 전 보았던 뉴스에 별반 다르지 않은 기사들을 훑어보다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참 반갑지 않은 기상 알람 소리가 들린다. 전에 누군가 좋아하는 노래를 기상 알람으로 설정해 놓으면 며칠 안으로 가장 싫어하는 노래가 될 거라고 했었는데 맞는 말인 거 같다. 언제나 들어도 적응 안 되는 기상 알람 소리다.


어제 같은 아파트 동에 사는 친한 동생하고 술을 마시며 3월에 있을 엄마 허리 수술 간병에 대해 얘기를 하다 간병인을 쓰는 게 나을 거라는 얘기에 통 깊은 잠이 들지 않았다. 간병은 내가 일주일 휴가를 받아서 할 예정이었는데 다시 계획을 잡아야 하나 생각이 많았다. 편하지 못한 생각이 몸을 더 무겁게 했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가볍게 아침을 시작하려 마음을 먹어본다.


왜냐하면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금요일 아침이기 때문이다.

옷은 최대한 간편하게 입고 제일 굽이 낮은 롱부츠를 신고 나섰다. 아침은 건너띄고 점심에 계란을 풀지 않은 라면으로 해장하기로 정했다. 이번 주 지겨우리만큼 안 가던 평일의 마침표를 찍으러 출근하는 아침이니 피곤해도 좋다. 내일은 같은 시간에 알람이 울리지 않을 것이니 최대한 늦잠을 자려한다. 늦은 아침을 1월 1일에 먹다 남겨 얼려 놓았던 통영 굴을 넣고 간단하게 떡국이나 끓여 먹어야겠다. 그리고는 만리포로 겨울 바다 구경 드라이브를 가야지.


나의 출근길은 그 어느 날 보다 가볍고 활기찼다.

"안녕~즐거운 아침."

출근하면서 하는 직원들과의 의례적인 인사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일하는데 필요한 몇 개의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마지막으로 내 자리 컴퓨터 전원도 눌렀다. 오늘따라 윙~ 하고 공장 돌아가는 소리가 나던 컴퓨터가 조용히도 켜진다. 누군가 취미로 가져다 놓은 어항에 자진해서 밥도 두 번이나 주고 자리에 앉아 업무 시작을 위해 프로그램 담당자란에 이름을 입력하는 중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속삭이듯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


"아~~ 내일이 금요일이네. 휴가나 낼까."


그랬다. 오늘은 목요일이었다.


나의 목요일 아침은 월요일 아침 같은 마음으로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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