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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든다는 것

무거움의 깊이

by SA 곽동희

우리 지구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무거운 철(Fe, 원자번호 26)이다. 우리는 지표면에 있는 흙을 떠올리며 규소가 가장 많을 거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보고 사는 게 대부분 흙 위에서 이루어지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지구 내부에는 철이 매우 풍부하다. 땅속에서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맨틀에도 엄청난 양의 철이 녹아있다. 지구는 철(鐵)이 가장 많이 든 행성이다.


철은 하늘에 떠 있는 별 깊은 곳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된다. 수소에서 시작한 핵융합이 계속되면 모든 원소는 결국 철이 된다. 매우 큰 별, 초신성의 폭발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철은 생성된다. 이 때문에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에도 가장 많이 있는 것이 철이다.


핵융합 반응은 별의 내부에서 초고온으로 가열된 원자핵의 운동에너지가 전기적 척력을 이겨내고 두 원자핵이 서로 충돌하여 일어난다. 가장 가벼운 수소의 핵융합 반응 온도는 대략 1억℃ 이상이 필요하고, 탄소나 산소 같이 좀 더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려면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엄청나게 큰 별의 내부 온도는 매우 높아서 훨씬 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고 마침내 가장 무거운 원소인 철(Fe)까지 생성된다. 원자핵은 철이 가장 안정적이어서 핵융합 반응을 통한 원소 생성은 철이 마지막이다. 한편, 철보다 더 무거운 방사성 원소들은 초신성의 폭발로 생성되는데, 그 방사성 원소들이 향하는 곳도 철이다. 방사성 원소들은 핵융합이 아니라 그 역반응인 핵분열을 거쳐 철로 안정화된다. 결국 모든 원소가 향하는 최종 종착역은 철인 것이다.


출처: https://www.photocase.com/photos/129681-two-worlds-reflection-earth-steel-chrome-iron


우주와 지구의 물질반응처럼 사람도 몸과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무게가 부담스러워져 자꾸 눕는다. 마음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진중해진다. 행동과 말이 묵직해지고 경험에서 오는 지혜가 더해져 더욱 진중해진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철(哲)이든 사람이라 일컫는다. 철 없이 태어나서 세상을 알아 가며 철이 들어간다. 결국 사람도 향하는 마지막은 철든 사람이다. 철든 지구처럼.


제대로 철이 든 사람은 지구처럼 단단해진다. 철든 지구가 견고한 지각 플레이트와 암석의 일부를 형성하듯, 철든 사람들은 강한 의지와 결단력으로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한다. 철이 든 지구를 닮아 가면서 철이 들면 내부에 열정이 차오른다. 지구 내부에서 용암으로 펄펄 끓고 있는 철과 같이, 철든 사람도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철이 든 사람은 철로 만들어진 자석처럼 매력적으로 변한다. 철이 든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니게 된다. 단단한 외면 뒤에 감춰진 성숙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당기게 된다.


당신에게 이런 변화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직 철이 덜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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