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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 곽동희 Jul 31. 2023

철이 든다는 것

무거움의 깊이

  우리 지구에서 가장 많은 원소는 무거운 철(Fe, 원자번호 26)이다. 우리는 지표면에 있는 흙을 떠올리며 규소가 가장 많을 거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보고 사는 게 대부분 흙 위에서 이루어지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지구 내부에는 철이 매우 풍부하다. 땅속에서 용광로처럼 펄펄 끓는 맨틀에도 엄청난 양의 철이 녹아있다. 지구는 철(鐵)이 가장 많이 든 행성이다.


  철은 하늘에 떠 있는 별 깊은 곳에서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된다. 수소에서 시작한 핵융합이 계속되면 모든 원소는 결국 철이 된다. 매우 큰 별, 초신성의 폭발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도 철은 생성된다. 이 때문에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에도 가장 많이 있는 것이 철이다.


  핵융합 반응은 별의 내부에서 초고온으로 가열된 원자핵의 운동에너지가 전기적 척력을 이겨내고 두 원자핵이 서로 충돌하여 일어난다. 가장 가벼운 수소의 핵융합 반응 온도는 대략 1억℃ 이상이 필요하고, 탄소나 산소 같이 좀 더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려면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엄청나게 큰 별의 내부 온도는 매우 높아서 훨씬 더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고 마침내 가장 무거운 원소인 철(Fe)까지 생성된다. 원자핵은 철이 가장 안정적이어서 핵융합 반응을 통한 원소 생성은 철이 마지막이다. 한편, 철보다 더 무거운 방사성 원소들은 초신성의 폭발로 생성되는데, 그 방사성 원소들이 향하는 곳도 철이다. 방사성 원소들은 핵융합이 아니라 그 역반응인 핵분열을 거쳐 철로 안정화된다. 결국 모든 원소가 향하는 최종 종착역은 철인 것이다.


출처: https://www.photocase.com/photos/129681-two-worlds-reflection-earth-steel-chrome-iron


  우주와 지구의 물질반응처럼 사람도 몸과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무게가 부담스러워져 자꾸 눕는다. 마음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진중해진다. 행동과 말이 묵직해지고 경험에서 오는 지혜가 더해져 더욱 진중해진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철(哲)이든 사람이라 일컫는다. 철 없이 태어나서 세상을 알아 가며 철이 들어간다. 결국 사람도 향하는 마지막은 철든 사람이다. 철든 지구처럼.


  제대로 철이 든 사람은 지구처럼 단단해진다. 철든 지구가 견고한 지각 플레이트와 암석의 일부를 형성하듯, 철든 사람들은 강한 의지와 결단력으로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한다. 철이 든 지구를 닮아 가면서 철이 들면 내부에 열정이 차오른다. 지구 내부에서 용암으로 펄펄 끓고 있는 철과 같이, 철든 사람도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철이 든 사람은 철로 만들어진 자석처럼 매력적으로 변한다. 철이 든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니게 된다. 단단한 외면 뒤에 감춰진 성숙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당기게 된다.


  당신에게 이런 변화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직 철이 덜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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