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기
요즘 불경을 매일 읽고 있는데, 엄마가
“니 방만 보면 내 머리가 어지럽다. 이게 사람 사는 방이냐?”를 또 시전하길래,
“같은 방을 보는데, 내 마음은 고요하고 엄마 마음은 심란하니 진정 어지러운 건 방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인 것을...”라고 시전했다가
등짝 스매싱당함.*
함정이 있는 시험문제는 피수험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중금속이나 방사성 물질을 떠올렸다면, 무기물질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배운 일본 미나마타병이나 체르노빌 방사능 유출사고 때문일 것이다. 혹시 인공화합물을 떠올렸다면, 과잉생산과 과소비의 어두운 그림자인 쓰레기 문제를 너무 알고 있는 것이다. 만약 대장균, 곰팡이나 마이크로시스틴 등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자연의 극히 일부 모습에만 과도하게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사실 중금속이나 방사성 원소는 지구 탄생부터 함께 해온 지구 본연의 천연 물질이다. 인공화합물은 인류의 필요에 의해서 모습을 바꾼 합성물질이다. 그리고 대장균이나 곰팡이는 태초에 생겨나 지구생태계의 모체가 된 생태계의 중요한 기초 구성원이다. 그러니 그 생명체들의 대사산물이 오염물질일리가 없다.
지구에 오염물질이란 원래 없었다. 지구 탄생과 함께 해온 무기물질이건, 10억 년이 흐른 뒤 생명체가 만들어낸 유기물질이건, 45억 년이 지나 인류가 만든 인공물질이건 그 물질의 탄생과 존재 자체로 오염물질인 것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오염 물질이 없는데, 지구는 왜 오염되어가고 있을까?
환경오염이 있는 곳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물질들이 가득하다. 땅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물속의 수은, 땅속 깊은 곳을 그리워하는 건축물속 라듐 대리석, 산과 들에서 도시로 잡혀와 땔감이 된 나무토막들, 화학비료로 논밭에 뿌려져 고향인 대기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질소, 땅속에서 채굴되어 날마다 연기로 퍼져나가는 화석연료 탄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오염물질은 없다. 다만 제자리에 있지 못하여 좋지 않은 모습이 되어버린 물질들이 수없이 많다. 제자리에 있지 못하여 오염물질이란 억울한 누명이 늘어가고 있다. 마치 우리 입속에 침이 밖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더럽고 불결한 물질이 되어버리듯 말이다.
오염은 물질이 아닌 행위가 만든다. 오염 없는 세상을 만드는 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어떤 물질이건 제자리에 있게 하면 된다. 침을 뱉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물질을 원래의 자리에 위치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잘못된 행위에는 눈 감으면서 애꿎은 물질에만 ‘오염물질’이란 낙인을 찍고 있다. 그러는 사이 잘못된 그 행위는 어딘가에 숨어 또 다른 오염물질을 만들어 간다.
* [유머] 니방만 보면 어지러워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 https://www.bbc.com/future/article/20141104-is-anywhere-free-from-pol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