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팔찌

손에서 손으로 온기가 전해지다

by 감성작가 미조

봄이다. 온 들과 산이 연둣빛으로 물드는 봄이다. 그리고 들녘 곳곳에 좁다랗게 세잎 클로버가 나 있다. 그 웅덩이만한 클로버가 나 있는 곳에 시선이 멈춘다. 기분이 산뜻해진다.


어린 시절, 우리 시골마을에는 놀이터도 공원도 없었다. 하지만 이웃 할머니 집 옆에 큰 나무가 있는 작은 공터가 있었다. 방과 후에 마을 언니들과 우리는 그 곳에 모여 따사로운 봄 햇살을 느끼고 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작은 풀꽃들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공터 가장 구석진 곳에 싱그러운 클로버가 자라고 있었다. 동네언니는 클로버 잎사귀 사이사이 핀 풀꽃을 뜯어 두 개를 엮어 가느다란 내 손목에 팔찌를 걸어 주었다. 팔찌가 끊어질까봐 조심스러워 졌다. 그리고 풀꽃을 여러 개 엮어서 세 갈래로 나란히 놓고 총총 땋아 양 끝을 둥글게 이어서 왕관도 만들어 주었다. 해질녘이 되어 집으로 가서 그 왕관을 현관 문 손잡이에 걸어 두었다. 은은한 향기가 난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초록빛 클로버가 피어난다. 나는 그 풀꽃이 좋아 은근히 5월을 기다린다. 스물이 넘고 도시에 살며 몇 년간 풀꽃을 못 봤지만 올해 봄, 퇴근길에 녹지공원을 지나다가 옹기종기 피어있는 클로버와 사이사이 핀 하얀 풀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때처럼 왕관을 만들어 집 문 손잡이에 걸어두었다.


작던 나의 손, 그 손으로 이제는 내가 동네 꼬마에게 풀꽃 팔찌를 만들어 걸어준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팔찌를 가만히 내려다 본다. 나는 아이를 보며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또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이 꼬마도 어른이 되어 아이에게 풀 꽃 팔찌를 걸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