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향해 달려가고

가장 행복한 순간을

by 내사랑예봄아

십 년 전쯤 나는 어린이집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은 두세 살 무렵으로 대부분 집에서만 지내다 처음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이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아 일정 기간은 엄마가 함께 등원해 교실 안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혼자 남는 연습을 하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내가 돌보던 한 아이는 다른 것은 금방 적응했지만 낮잠 시간만 되면 유독 잘 깨곤 했다. 다른 아이들이 한 시간 반쯤 푹 자는 동안 그 아이는 삼십 분쯤 자다 눈을 떴다. 나는 황급히 옆에 누워 토닥였지만 아이는 금세 몸을 비틀며 일어나려 했다. 재우려 하면 울 것 같은 얼굴이라 나는 아이를 조용히 안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낮잠 시간이어서 교실마다 불이 꺼져 있었고 어린이집은 한밤처럼 고요했다.


나는 아이를 안은 채 살금살금 걸어 4층 강당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아이를 업고 재워보려 했지만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날 올려다보더니 씩 웃었다. 결국 재우기를 포기하고 아이를 허벅지 위에 앉힌 채 몸을 좌우로 흔들며 놀아줬다. 그러자 아이가 까르르 웃더니 갑자기 내 품에 폭 안겼다. 나는 기분이 좋아 아이를 더 꼭 끌어안았다. 평소 가슴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한 공허함이 있었는데 그날 아이와 가슴이 맞닿은 순간 그 빈자리가 따뜻한 온기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 뺨에 살며시 내 볼을 비볐다. 뽀송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왔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날 이후 아이가 낮잠에서 깰 시간이 기다려졌다. 함께 보내는 생각만으로도 설렜고 지친 몸에 다시 힘이 돌았다. 그 시간은 나에게 힐링이자 위로였다.


결혼 전부터 나는 종종 아이를 키우는 상상을 하곤 했다. 사랑이 많은 엄마가 되어 내가 못 받은 사랑을 아이게 주고 싶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그렇게 조금씩 메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몸이 많이 약했고 결국 엄마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면서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아이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며 아이의 체온과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네 살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 없이 자라야 했다. 너무 어릴 적이라 엄마가 나를 안아주거나 사랑을 보여주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가 나를 정말 사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늘 마음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때 경험을 떠올리며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았다.


엄마는 내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 하나하나를 조물거리며, 동그란 볼을 비비며 나를 귀여워했을 것이다. 나는 혼자 놀다가도 불쑥 엄마를 향해 달려갔고, 엄마는 나를 품에 와락 안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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