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내모습이야!

괜찮다고 말해줄래

by 내사랑예봄아

수년 전,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려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기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앨범을 꺼냈다.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사진을 보면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앨범을 넘기다 내 사진과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멀찍이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심란한 마음으로 앨범을 넘기다 중학교 2학년 소풍 단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애써 잊고 있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소풍을 앞두고 오락부장 두 명을 뽑았는데 그중 한 명이 나였다. 친구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덥석 맡았지만 정작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소풍 날 오락 시간이 되자 선생님이 우리 둘을 앞으로 불렀다. 나는 얼떨결에 나가 멀뚱히 서 있었고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 능숙하게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곧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환호가 그곳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에 나는 더욱 움츠러들고 몸이 굳어 나무토막처럼 서 있었다. 내가 너무나 못나게 느껴져 어디든 숨어버리고 싶었다. 아니, 공기방울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친구들이 나를 뽑은 건 ‘끼’ 때문이 아니라 엉뚱한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손을 들고 지어낸 이야기로 선생님을 놀라게 하거나, 친구와 즉흥 연기를 하면 아이들이 깔깔 웃곤 했다.


별생각 없이 툭 던진 말에 친구들이 웃어주었지만 속은 늘 불안하고 우울했다. 어느 날은 그런 감정을 숨기지 못해 축 처져 있었더니 친구들이 내 곁에 오지 않았다. 관심이 사라졌다고 느끼자 ‘나는 있어도 없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 감정을 감추고 더 과장된 행동과 농담으로 관심을 끌려했다. 그런데도 반응이 시큰둥하면 마음은 더 괴로웠다.

‘다른 나’로 살아야 했던 중학교 2학년 시절은 하루하루가 참 길게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모자란 사람이라고 여겼다. 늘 자신을 몰아세우고 다그치는 데 익숙했고 나를 사랑하는 법은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날, 내 수치심의 실체를 마주하며 그동안 내가 자신을 함부로 대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나는 진심으로 나에게 사과했고,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아끼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스스로를 조금씩 보듬는 연습을 해왔다. 이제는 내 사진도 편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 모든 행동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런 감정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억누르지 않고,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너무 창피해…”

“아, 보기 싫어…”

“아~ 바보 같애…”


그러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다른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못하는 게 있으면 잘하는 것도 있잖아.’
‘잘하는 게 없어도 괜찮아.

이게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니까.’


이렇게 솔직하게 스스로와 대화하다 보면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앞으로 이 과정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내 편이니 그럴 때마다 다정하게 말해줄 것이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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