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발걸음

온전히 품을때까지

by 내사랑예봄아

열 살 무렵이었다. 아빠는 종종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 있는 집은 무섭고 견디기 힘들 만큼 외로웠다. 주변이 어둑해지면 나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고 밤이 깊어질수록 그 울음은 점점 커졌다. 그 소리는 적막한 밤을 흔들며 동네 사람들을 잠에서 깨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집 가까이에서 산발적으로 들렸다. 나는 울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그쪽으로 쏟아냈다. 잠시 후 분명하던 발걸음 소리는 사방으로 희미해지며 점점 멀어졌다.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생각난다. 거짓말한 소년을 꾸짖고 돌아서는 어른들의 모습과 내가 느꼈던 상황이 겹쳐서다.


하지만 나를 돌봐준 이웃들도 있었다. 잠자리를 챙겨주고 먹을 것을 주던분들이있었고 용돈을 주던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 사건은 내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미처 알수 없었던 어른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보였다. 어른이 된 내가 그들 중 한 명이라 생각하며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스로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쉽게 나를 집에 데려가지 못한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우리 가정은 동네 사람들의 마음에 체기를 남긴 채 내가 열세 살 되던 해 평생 살아온 동네를 떠나 이사했다.


내면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었어도 어느 날 갑자기 울고 있는 어린 내가 불쑥 찾아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아이를 다독이고 안아주는 일뿐이지만 때로는 그마저 버거워 한숨만 나온다. 그래서 그 아이를 온전히 품을 때까지 나는 자라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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